[차이나 프리즘]중국 자본의 팽창, 어디까지인가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년 전 상상을 초월하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인디펜더스데이'가 최근 2탄을 개봉했다. 그 동안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에 익숙했는지 관객은 전편보다 강해진 외계인의 파괴 능력에 대해 별로 놀라지 않는다. 관객이 어리둥절한 것은 영화에서 중국어 대사가 나오는가 하면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중국 메신저(QQ)를 쓰고 중국 브랜드(멍뉴)를 연상하는 우유를 마시는 장면이다. 2008년 중국산 유제품 멜라민 오염사건으로 중국인들도 자국 우유에 대해 불신이 크다. 중국 내에서도 관람객들이 이번 영화에서 중국산 우유 간접광고를 본 것이 불편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랴. 이제 할리우드도 중국 자본의 영향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을. 중국 자본은 미국의 개별 영화 투자에서 제작사 및 배급사 인수까지 곳곳에 깊숙이 파고든다. 중국의 완다그룹은 지난 2012년 미국 2위 영화관 체인업체인 AMC를 26억달러에 인수했고, 올해 3월, 카마이크(미국 4위 영화관 체인업체)를 11억달러에 인수해 현재 세계 최대의 영화관 체인업체로 부상했다. 완다그룹은 또한 지난 1월 35억 달러를 들여 레전더리픽쳐스를 인수했다. 레전더리픽쳐스는 '고질라', '다크나이트', '쥬라기월드', '인터스텔라' 등을 제작한 경쟁력 있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사이다. 영화산업뿐만 아니다.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은 전 방위적이다. 하이테크 산업부터 종자산업까지 중국 자본의 팽창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5일 JP 모건은 올해 1~4월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이 96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혀 이슈가 됐다. 이 수치는 협상 중인 M&A까지 포함시켰기에 부풀려졌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의 해외 M&A는 실행기준으로 165억6000만달러(중국 상무부 발표기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9%나 크게 늘어난 수치다. 중국 자본의 해외 인수합병이 크게 늘어난 배경은 첫째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둔화로 중국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둘째, 해외진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크게 완화되었다. 지난해 6월부터 해외직접투자 외환 등록은 은행 심사만 통과하면 가능해졌다. 셋째, 각국이 경쟁적으로 중국 자본을 유치한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자본의 해외 M&A의 특징을 보면 첫째, 아직까지는 국유기업이 주도한다. 지난 1분기 중국 자본의 해외 M&A 상위 10개 사례 중 국유기업이 주도한 것이 7개다. 둘째, 선진국에 집중됐다. 앞에서 언급한 10개 사례 중 지역별로 케이맨제도 3건, 미국과 호주 각 2건, 독일과 스위스 각 1건이다. 중국 자본의 한국 진출은 최근 2년간 급속하게 늘어났다. 한국이 중국에서 유치한 투자는 지난해 19억7835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66% 늘어났고, 2014년에는 147%나 늘어났다. 앞으로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일대일로' 구상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통해 주변국에 대한 대대적인 침투 전략을 마련했다.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은 우리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우선 해외시장에서 중국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진다. 다음으로 국내시장이 잠식당한다. 이미 부동산·채권·주식 등 곳곳에 중국 자본이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자본의 대외 확장에 위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도 있다. 한국 기업의 풍부한 해외투자 경험, 인력 및 네트워크는 현재 중국기업이 크게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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