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생산직 임금체계 개편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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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LG이노텍이 전자업계 최초로 생산직 직원들의 호봉제를 폐지한다. 사무ㆍ기술직에만 적용했던 성과급제를 생산직에도 확대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성과급제 도입을 강경하게 거부하고 있는 노동조합들과의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이노텍은 16일 생산직 직원들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임금 ▲평가 ▲진급 ▲교육 체계에 따른 성과급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LG이노텍 노사는 지난 2년여간 성과급제 도입을 위한 논의를 지속해온 끝에 최근 극적으로 세부 기준에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생산직 직원들끼리도 성과와 역량에 따라 임금 인상률이 차등 적용되고 우수 성과자에게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LG이노텍은 "기존의 연공적인 호봉제 체제로는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에 사측과 노조가 의견을 모은 것"이라며 "최근 생산 현장의 공정이 전문화되고 제품 순환 주기가 단축되고 있는 만큼 근속연수보다는 빠른 업무 적응력과 전문 직무역량이 중요시돼 제도를 개편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재 생산직에게만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생산직에게도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번번이 노조와의 의견 차이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LG이노텍이 성과급제 도입에 성공함으로써 성과급제 도입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LG이노텍이 풀기 어려운 난제인 '호봉제 폐지'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기본 인식에 노사가 동의했기 때문이다.LG이노텍은 "근속연수가 아닌,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질 때 역량 향상이 가능하고 동기부여가 가능하다는 데에 노사가 공감했다"며 "기존 호봉제에서는 저성과자와 고성과자 간 임금이나 인센티브에 대한 차별적 보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호봉제 폐지가 우려하는 임금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우수한 성과자들에게 기본 임금 외에 성과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면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직원에게 동기부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이노텍은 우수 성과자에게는 기본 임금 외에 '성과 인센티브'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직원에게는 '수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상위 10% 우수 조직에게는 '우수 라인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 현장 팀장과 임원이 참여하는 '공정평가위원회'도 운영한다. 직원의 생산성, 품질, 아이디어 제안 실적 등을 분석해 조직 목표 달성 기여도를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평가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생산직 사원이 업무능력에 따라 조기 진급할 수 있는 '발탁 진급제'도 신설했다. 성과와 역량이 탁월한 직원은 빨리 성장시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LG이노텍은 "노사가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수십차례의 토론과 세미나, 벤치마킹 등을 통해 입장 차이를 좁혀나갔다"며 "현장직 인사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의 노사 합의로 전자업계에서도 생산직 임금체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생산직 직원들도 직급에 따라 호봉제와 연봉제를 혼합해 도입하고 있다. 입사 초기에는 호봉제를 적용하다, 연차가 쌓이면 연봉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연공서열에 따라 지급하지만 갈수록 전문적인 기술이 쌓이는 만큼 연봉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까지 생산직은 모두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자업계 외에 중화학, 건설 업계에서는 이미 호봉제 폐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태양광 발전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업체 OCI는 국내 5개 사업장에 각각 조직돼 있는 노동조합을 설득해 생산직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올해 1월부터 개인 성과를 반영하는 능력급제로 전환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임금피크제 도입과 호봉제 폐지에 노사가 합의했다.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자리잡은 호봉제는 임금 변동성이 약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성과와 역량 중심 인사제도 도입은 직원의 업무역량 강화 및 생산성 향상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최근 60세 정년 의무화 등 우리 노동시장의 환경 변화로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해지고 있으며, 기존 연공중심의 임금체계가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면서 "LG이노텍에서 기존 사무ㆍ기술직에 더해 생산직 근로자까지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한 것은 근로자 개인의 발전과 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하는데 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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