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마크 워커(사진 오른쪽)와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해외 컨테이너선주들과의 용선료 단체협상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22개 선주사 협상으로 본 게임의 룰=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들과의 이번 협상은 의견접근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양측의 이해를 감안할 때 협상타결은 수순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합의 결과에 따라 현대상선을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이 윈윈하거나 모두 패자가 되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금융당국이 정한 데드라인(5월20일)을 이틀 앞두고 컨테이너선주사 5곳과 단체협상을 통해 최종담판을 벌이려고 했지만,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먼저 양보하겠다'고 나서는 선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주들은 협상 초기부터 다른 선주들과의 협상 결과를 보고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하며 결단을 미뤄왔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데드라인' 패를 깔고 선주사들을 압박한 것은 실수였다. 협상의 키는 선주들이 쥐고 있었고, 시간도 그들의 편이었다. 다급했던 채권단은 법정관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데드라인을 활용한 쪽은 해외 선주들이었다. 그들은 이 시간을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해 인하폭 조정 등 그들이 원하는 걸 최대한 얻어내고자 했다.현대상선 컨테이너선
◆40년 만에 현대 떠나 새주인 맞는 상선= 현대상선은 10일 컨테이너 선주사들 5곳과 20% 수준의 용선료 조정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고, 벌크 선주사들 17곳과는 25% 수준에서 합의 의사를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달말까지 22개 모든 선주사들과 본계약 체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현대상선은 이번 협상을 통해 향후 3년 6개월간 지급예정인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중 약 5300억원에 대해 일부는 신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장기 채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향후 3년6개월간 1년 평균 5300억원의 현금 지출이 줄어들고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현대상선은 앞서 지난달 31일과 1일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총 8043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사채권자와의 채무재조정에도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해운동맹(디얼라이언스) 가입까지 마무리하면 자율협약 조건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채권단은 이에 맞춰 다음달께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에 돌입하게 된다. 대주주 지분을 7대 1로 줄이는 추가 감자안이 확정되면 현 22.6%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 지분율은 4.0%로 줄어든다. 이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사채권자ㆍ해외 선주의 출자전환 지분이 신규 상장되면 기존 대주주 지분은 1.4%로 떨어지게 되고 채권단이 40%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