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회수습기자
FC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승부차기에서 키커로 나선 우라와 레즈 골키퍼 니시카와의 슛을 막고 환호하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우라와의 여덟 번째 키커의 공이 유상훈에게 막힌 순간에서야 서울 팬들은 긴장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서울의 마지막 키커 김동우의 킥은 골대 오른쪽 구석에 정확히 꽂혔고, 서울은 8강 진출의 기쁨을 팬들과 함께 나눴다.이렇듯 승부차기는 언제나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실 승부차기는 ‘못 넣으면 욕 먹는다’라는 말처럼 골을 넣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골키퍼보다는 키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페널티킥 시도 시 일반적으로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0.5초, 골키퍼가 공에 반응하는 시간은 0.7초 정도다. 이론상으로는 득점 확률이 100%가 돼야 한다. 그러나 페널티킥 성공률은 약 80%로 알려져 있다. 승부차기에서도 다섯 명의 키커 중 한 명은 실축한다는 얘기다. 승부차기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승부차기를 잘 막아 승부차기에 자주 투입되는 서울 골키퍼 유상훈은 과거 인터뷰에서 “차는 선수들이 더 긴장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 있는 몸짓을 보여주면 상대방이 더 긴장한다”고 답했다. 또 “상대 선수들이 페널티킥을 차는 방향 등을 분석하는 게 도움된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선수들과 보는 이의 입장에서 가슴 졸이게 만드는 승부차기인 만큼 승부차기는 명승부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한다.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가장 깊게 남아 있는 승부차기는 역시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 스페인의 8강 경기다. 정규시간과 연장전 동안 득점이 없었던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에 나섰다. 당시 스페인의 신성 호아킨 산체스는 한국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에 막힌 반면, 한국의 노련한 주장 홍명보는 침착하게 골대 구석으로 공을 밀어 넣음으로써 ‘기적’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 됐다. 실제로 ESPN의 월드컵 분석에 따르면 31세 이상 선수가 25~30세의 선수보다 승부차기를 성공시킬 확률이 10%포인트 높다고 한다. 승부차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심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다. 이후 호아킨은 한국에서 ‘승부차기를 실패하는 사람’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2007-200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승부차기의 기억도 빼놓을 수 없다. ‘잉글랜드 집안싸움’으로 치러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경기에서 두 팀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프랭크 램퍼드의 골로 1-1 무승부를 기록, 승부차기를 진행했다. 맨유는 호날두가 실축한 반면 첼시는 앞선 네 명의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한 상황이었다.(사진=맨체스터이브닝뉴스)
첼시의 마지막 키커는 주장 존 테리. 그러나 테리는 비에 젖은 잔디에 미끄러졌고, 그가 찬 공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결국 첼시는 니콜라 아넬카마저 실축하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라이벌 맨유에 넘겨줘야만 했다.스포츠는 승부의 세계라지만 승부차기처럼 이기고 지는 게 확실하게 결정되는 순간은 드물다.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만큼 승부차기는 팽팽한 외줄에서 싸움을 펼치는 것 같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열 번 넣어도 한 번 못 넣으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열 번 실점해도 한 번 선방하면 칭찬 세례를 받는 것이 바로 승부차기다. 빈틈 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온갖 심리전을 동원하고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것이 승부차기의 묘미다.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