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학 (주)로가닉 사장
쌀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는 데 반해 즉석밥 시장은 해마다 큰 폭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62.9㎏으로 2014년보다 3.4% 감소하면서 하루에 밥 두 공기도 안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0년 전인 1985년 128.1㎏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반면 즉석밥은 연간 성장률 10%씩 증가하면서 올해에는 2000억원 시장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석밥이 태어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론칭 초기에는 집에 밥이 떨어졌을 때 '비상용'에 불과하던 즉석밥이 이제는 '집밥'을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즉석밥이 인기를 끈 첫째 이유는 무엇보다 '간편함'이다. 전자레인지에 간편하게 돌려 먹을 수 있는 데다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이 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2인 가구가 급성장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간편함'은 즉석밥의 최대 매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즉석밥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간편하면서도 건강하게'로 요약될 수 있다. 이왕이면 집밥 못지않은 품질, 이왕이면 몸의 건강까지 보살피는 신토불이 로컬푸드 재료로 만든 프리미엄 간편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즉석밥 시장의 왕좌를 지키던 흰쌀밥이 흑미밥, 현미밥 등 잡곡밥의 도전을 받은 지 오래됐다. 첨가물이 없는 것은 기본, 렌틸콩밥, 퀴노아밥 등 '수퍼푸드'가 차별화 요인으로 등장하고, 더 나아가 특별한 농법으로 지은 쌀이거나 압력밥솥 원리로 지은 찰진 밥도 등장했다. 집에서 엄마조차도 안 해줄 건강식이다. 이쯤 되면 바쁜 일상에 쫓기는 엄마를 대신해서 엄마의 정성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엄마표 집밥을 2분 만에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돌려서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원산지까지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국내산 쌀로 지은 즉석밥도 많아지고 있다. 계약재배 등을 통해 국내산 쌀을 활용한 즉석밥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소비자에겐 원재료에 대한 만족을, 농부에겐 쌀 수급을 활성화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업체와 농민이 계약재배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적극 해준다면 농업의 위기로 불리는 쌀 소비 하락세에 대한 상생의 방안이 될 수 있고, 쌀 소비 촉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무엇보다 주목할 뚜렷한 변화는 '밥의 메뉴화'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톳밥, 취나물밥, 비빔밥 등 즉석밥의 자연친화적 변신이 눈에 띈다. 톳, 취나물, 방풍나물, 곤드레 등 국내산 신토불이 봄나물밥에 아예 간장양념장까지 동봉해 건강한 나물밥을 간편하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양념장도 쉐프의 비법을 담아 맛있다. 맨밥에서 벗어나 반찬이 필요 없는, 쓱쓱 비벼 먹기만 해도 맛있는 일품요리식 밥도둑이 인기몰이를 시작하는 중이다. 이는 밥을 짓는 과정도 번거로울 뿐 아니라 반찬 만드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한식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는 대안의 식생활로 떠오르고 있다. 나물밥류는 아직 즉석밥 시장에서 매출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웰빙 추구형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주목 받고 있다. 나물 손질이나 밥 짓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건강식을 찾을 때 주로 이들 나물밥을 선택한다. 바야흐로 밥 하나로 반찬까지 해결되는 '자연친화적인 일품요리 건강즉석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윤영학 (주)로가닉 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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