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관련 불법행위에 이어 증권사 '블록딜 전 공매도'도 검찰 수사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시간외 대량매매 '블록딜'에 대한 금융당국과 검찰의 사정(司正) 칼날이 매섭다. 지난해 블록딜을 주선하고 뒷돈을 받은 증권사 임직원이 무더기로 구속된데 이어 올들어 관행처럼 행해졌던 증권사의 블록딜 전 공매도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등으로부터 블록딜과 관련한 거래내역을 전달받아 전방위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간 관례로 여겨졌던 블록딜 전 공매도에 대해서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도를 높이는 한편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태료는 평균 2~3배, 과징금은 평균 3~5배 인상키로 했다.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해 말 증권사 블록딜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금감원 역시 지난달 중점검사사항을 통해 불법 블록딜 등 직무를 이용한 사적이익 도모 행위를 검사하겠다고 밝혔다.금융당국과 검찰에 적발된 블록딜 관련 사건은 알선수재,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블록딜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직원 개인의 위법행위라는 해명을 내놨던 증권사도 블록딜과 관련한 시세조종, 미공개이용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대증권이 지난해 한 기업의 지분을 블록딜로 인수하기 전 해당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해 가격을 낮춘 후 해당 지분을 사들인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통보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블록딜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헤지하는 차원에서 관행처럼 해왔던 공매도 행위를 '시장교란행위'로 본 첫 사례다. 현대증권은 이번 사건이 회사와는 상관없는 개인의 위법행위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현대증권과 해당 직원을 모두 검찰에 통보한 상황이다. 증권사의 이 같은 블록딜 전 공매도 관행에 대한 조사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지난 4월 금융투자회사의 블록딜 불법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고 이미 현대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해외에서는 블록딜 전 공매도가 불법행위가 아니라며 항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직무관련 정보를 이용한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고객과의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위반한 행위로 결론지었다. 금융당국은 검찰 통보와 별도로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대량거래를 동반하는 중국자본의 투자유치 소식이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급등한 상장사와 관련한 '시장교란행위' 조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중국 투자유치 소식이 발표되기 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브로커도 잇달아 금융당국의 조사를 거쳐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금감원은 이 브로커가 아가방컴퍼니와 랑시코리아의 대량 지분거래에 직접 관여한 인물로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봤다.아울러 금융당국과 검찰은 음성적으로 행해졌던 불법 블록딜과 관련한 개인의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도 조사의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사의 전 대표가 보유한 주식 45만여주를 135억원에 매각할 수 있도록 도운 옛 KDB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 등 증권사 임직원 20여명을 소환조사하고 이 중 7억원의 뒷돈을 받은 임직원을 구속했다. 이들 임직원은 회사업무가 아닌 자신의 계산으로 블록딜을 주선해 대가를 받은 혐의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았다. 블록딜 소식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모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도 수사선상에 올라 기소됐다.같은 해 12월에는 한국거래소 직원이 가담한 불법 블록딜이 발각돼 여의도 증권가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검찰은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기 전 카카오 3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뒷돈이 오간 정황을 포착했다. 카카오 주식 10만여주를 기관에 처분해 50억원을 챙긴 김범수 카카오 이사의 처남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고 뒷돈은 받은 한국거래소 차장 최모씨는 검찰에 구속됐다. 또한 올해 2월에는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2부가 노래방기기업체 금영이 자회사 르네코의 주식을 매각과정에서 블록딜을 알선해 공모자들과 1억5000만원을 챙긴 창투사 고위임원에 대해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3500만원을 선고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로부터 이상 거래내역을 전달받아 조사를 벌인 사안 중 혐의가 짙거나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검찰에 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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