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당락에 희비 엇갈려…전문성 두고도 웃는사람 우는사람 다르다
[아시아경제 국회팀] 6월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원 보좌진 취업시장이 뜨겁다. 1년에 한 차례씩 열리는 재ㆍ보궐선거를 제외하면 4년만에 서는 큰 장(場)이다. 16년만에 등장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정치지형이 크게 변화한 가운데, 모시던 국회의원을 잃은 보좌진들은 피말리는 구직전쟁을 치르는 등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영감님' 당락(當落)에 희비 갈리는 보좌진들=국회의원의 수족이 돼 작게는 지역구 민원을, 크게는 국정에도 관여하는 보좌진들은 모시던 의원의 당락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별정직 공무원인 만큼, 채용하던 국회의원이 낙선하거나 불출마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실업자 신분이 될 수밖에 없다.15년 넘게 국회에서 일해 '베테랑' 소리를 듣는 한 보좌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다선(多選) 의원실에서 근무하던 그는 모시던 '영감님'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10여년 만에 다시 이력서를 썼다.다행히 한 초선 의원의 보좌관으로 새 직장을 찾게 됐다. 그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이력서를 쓰다보니 낯설더라"라고 말했다. 반면 보좌하던 의원이 재선ㆍ3선 가도에 오른 보좌진들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기도 한다. 호남에서 3선고지를 달성한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한 보좌진은 "한 고비를 넘긴 것 같다"며 "당선자와 함께 호흡을 맞춰 온 만큼 새로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는 점이 좋다"고 전했다.◆보좌진도 3당 체제=16년만에 등장한 3당체제는 보좌진 사회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국민의당에는 동조동근(同祖同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은 물론, 총선에서 낙선한 새누리당 의원실 출신 보좌진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약한 한 의원실 보좌진의 경우, 의원이 재선에 실패하자 절반 가량이 국민의당 비례대표 출신 당선자 의원실로 '수평이동' 했다. 양측 모두 사석에서는 '형ㆍ동생' 할 만큼 가까운데다, 국민의당 당선자 역시 정무위에 관심이 많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국민의당이 대승(大勝)을 거둔 호남에서도 더민주-국민의당간 보좌진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시던 더민주 의원이 낙선하자 국민의당 의원실로 자리를 옮긴 한 보좌진은 "아무래도 (더민주와) 문화나 분위기가 비슷해 안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예상치 못한 참패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 출신 보좌진들 역시 국민의당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념적으로 중도에 위치한데다, 일부 새누리당 출신 당선자들도 함께하고 있어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는 이유다.◆전문성 두고도 희비 엇갈려=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수족 뿐 아니라 '브레인(Brain)'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초선 당선자들 사이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보좌진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벌어진다. 야당 의원실의 한 비서관은 요사이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아서다. 한 쪽에서는 상임위원회에서의 전문성과 업무능력을 높게 보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 의원실에서는 정무적 역량과 인성을 높게 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비서관은 "이미 한 의원실과 같이 일하기로 결정했지만, 다른 의원실 보좌관이 같이 일해보자고 설득하고 있어 고민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전문성을 갖춘 보좌관이라도 어디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련 전문보좌관들은 새 일자리 찾기에 여념이 없다. 국방위원 17명 중 10명이 낙선ㆍ불출마 한 탓이기도 하지만, 국방위는 대표적인 기피 상임위여서 찾는 당선자도 없는 까닭이다. 한 국방위 소속 의원실 보좌관은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방위를 기피한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파리목숨'에 한숨…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헬조선'은 국회에서도 통하는 얘기다. 국회의원이 재선ㆍ3선에 성공하더라도, 보좌진은 면직요청서 한 장으로도 해고될 수 있는 만큼 '파리목숨' 처지다. 실제 한 야당 의원실 보좌관은 최근 '물갈이' 차원의 사퇴를 통보받았다. 이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3선고지에 올랐지만, 거의 모든 보좌진을 교체했다.이외에도 일부 의원의 경우,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임위원회를 변경하기 위해 기존 보좌진을 교체하기도 한다. 정책 전문성을 위한 조치라지만 "선거에서 악전고투를 함께하던 보좌진을 내보내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그러나 목구멍은 포도청일 수 밖에 없다. 다년 간의 경력을 갖춘 한 보좌관은 최근 업무량이 많은 것으로 소문난, 소위 기피대상인 여당의 한 당선자 의원실에 자리를 잡았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국회를 한동안 떠나있더니만 많이 힘들었나 보다'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실에서 근무하던 또 다른 보좌관은 최근 한 비례대표 당선자의 수석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례대표 당선자인지라 4년 후를 기약할 수는 없지만, 수석보좌관으로 소신을 펼칠 수 있다는 점과 해당 당선자의 고향이 대구ㆍ경북지역이어서 재선도 내다볼 수 있다는 점이 위안 거리라고 한다.
정치경제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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