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김영란법'…청렴이냐 농축산물이냐

한국농축산연합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하거나 선물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해 달라면서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공직사회에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까. 농축산업의 붕괴를 촉발하는 신호탄이 될까''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소위 김영란법이 화두로 떠올랐다.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법 시행이 몰고 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이 법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뿐만 아니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과 배우자 등이 포함돼 400여만명이 적용 대상이며, 특히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 5만원 이상 선물, 10만원 이상 경조사 비용을 넘으면 과태료를 내야한다.부정·부패 차단을 위한 규제의 필요성은 이해하나 내수 위축이나 농축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으로 외식업 연간 매출의 약 5%인 4조 15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외식업 매출액 83조원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고객의 비율(16.3%) 등에 근거해 이 같이 밝혔다.또 농협도 김영란법이 농축산물 수요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농협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요 농축산물 40% 가량이 명절기간에 집중적으로 판매되고 과일의 경우 50% 이상, 인삼은 70% 이상, 한우는 98% 이상이 5만원 이상의 선물세트로 판매되고 있다. 이 법 시행시 고유의 명절에 정을 나누는 미풍약속은 사라져 버리고, 저렴한 수입 농축산물 선물세트가 대처하게 될 것이라며 설명했다.특히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축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품질경쟁력을 높여 고급 상품을 출시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고급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법으로 제한된다면 관련 농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외식업계에서는 홈쇼핑처럼 끝자리가 900원인 2만9천900원짜리 메뉴를 내놓거나 식사 자리에 배석하지 않은 사람을 참석했다고 속이거나 머릿수를 늘리는 등 법을 회피할 방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이에 농업계는 법안 통과 직후부터 농축산물을 청탁금지법 처벌대상 금품에서 제외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달 22일까지 다양한 이견을 수렴한 뒤 오는 8월 중 시행령 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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