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정책을 총괄할 회의체가 어제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첫 회의가 열린 국가과학기술전략회의는 'R&D 정책의 조타수' 'R&D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를 표방했다. 이 회의체가 'R&D정책의 혁신을 통한 R&D의 혁신'에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우리나라의 R&D 투자는 이중적인 상황이다. 투자규모는 세계 최고수준의 'R&D 강국'이지만 투자효율은 매우 낮다. 한국의 R&D 투자는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4.29%로 세계 1위, 투자액은 605억 달러로 세계 6위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R&D 투자를 늘려온 결과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그에 크게 못 미친다. 예컨대 공공연구기관의 민간에 대한 기술이전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연구생산성을 뜻하는 투자 대비 기술료 수입은 미국의 4분의1에 불과하다. 기술무역수지도 만성 적자다. 논문이나 특허도 건수는 급증하지만 논문 피인용지수나 기술 수출은 한참 떨어진다.지금까지의 R&D 양적 투하 증대 전략이 우리에게 필요했고 성과도 올린 건 분명한 사실이다. 디지털 이동통신방식인 코드분할다원접속(CDMA)기술의 세계 최초 상용화,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세계 1위 달성 등 정보기술 강국이 된 것도 R&D 투자의 한 결실이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성장의 한계'처럼 R&D 투자도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 '성공의 함정'을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종전의 산업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성공공식에 도취해선 안 된다. R&D에 대해 총체적 재편과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선진국에 비해 R&D 투자 누적규모에서 아직 큰 격차가 있는 현실에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리되 투자 전략과 체계를 일신해야 한다. 민간 R&D 비중이 70%까지 높아진 데 맞춰 새로운 민관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연구주체별 역할분담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연구기관들을 '단기 성과주의'에 빠지게 하는 예산배분과 평가방식에서의 관료주의도 개선해야 한다.국가과학기술회의가 과연 스스로 내세운 대로 그 같은 전면적 혁신의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혁신과 변화가 기구나 회의의 신설로 쉽게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점에서 이명박 정부 때 'R&D 정책의 사령탑'격으로 설치됐지만 별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다 현 정부 들어 폐지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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