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기자
양재천 징검다리
징검다리에는 다리가 갖춰야할 ‘연결’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에 의해 연결된다. 징검다리는 사람의 다리가 잠깐 징그는 잠정적인 다리다. 이때 사람의 다리는 징검바늘처럼 돌의 이쪽과 저쪽을 잠깐 꿰었다 다시 푼다. 징검돌 사이를 연결할 때 인간의 몸은 스스로 상판이 되고 인간의 다리(脚)는 교각이 된다.상판을 놓지 않고, 바닥돌만 놓아두고는, 그 허공을 사람의 다리로 꿸 생각을 맨처음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징검다리야 말로, 다리가 인간의 하수인이 되어 엎드려 있는 것이 아니라 네 다리로 다리를 만들라는 원초적인 DIY(do it yourself)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낀 날'을 없애주는 것은, 국민의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배려라고 하지만, 징검다리 위에 '판'을 깔아 대로를 놓는 느낌을 준다. 인간의 효율 중심주의 때문에 징검다리가 사라져간 것처럼, 징검다리 휴일 또한 비슷한 운명을 지닌 것일까.저 징검다리를 건너던 기원전 1000년의 고대 주나라 문왕은 문득 아이디어를 냈다. 대나무를 짠 판을 물 위에 깔면 많은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을 게 아닌가. 그의 결혼식 때 웨이허 강을 건너올 하객들을 배려한 부교(浮橋)였다. 부교는 전투 때 작전용으로 많이 쓰였다. 이후 다리는 교각이 설치되고 그 위에 상판이 놓이면서, 물이 막아놓은 길을 열어주는 '인간의 길'이 된다.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