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인도의 남동쪽에 위치한 글로벌 공동체 마을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곳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인도인들이 종교, 신념, 인종, 국적을 초월해 조화를 이루며 산다. 그리고 마을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오늘은 그 마을에서의 추억을 꺼내 본다.
인도의 한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주방<br />
공동체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시골의 작은 마을쯤으로 여기지만 그곳은 40여 개국에서 온 2000명 이상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여행객에게도 마을의 시스템에 등록하는 과정을 거치면 방문자로서 공동체 마을의 구성원으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마을 중앙에는 거대한 공동주방이 있어 마을의 구성원들이면 누구나 예약을 통해 그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고 또 마을 곳곳에 작은 키친들이 있어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공동체 마을답게 마을의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든 일을 하겠다면 환영해 주는 편이다. 특히 마을의 작은 키친에서는 여행객이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 소개하는 일은 적극 지원해주었다. 그때만 해도 그곳에 한국 여행객들이 많지 않았고 한국인들이 와도 한식을 소개 한 적은 없었다는 말에 인도의 한마을에서 한식의 세계화라도 할 기세로 한식을 소개하겠다며 나섰다. 이런 일이 생기리라 손톱만큼이라도 예상했다면 우리 음식을 제대로 소개해줄 최소한의 양념이라도 챙겨 갔을 텐데 이미 때는 늦어 버렸다. 그래서 그곳의 마켓에서 구입한 재료로 3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외국에서 한국음식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마켓을 돌고 돌아 식재료를 찾아내는 것이다.<br />
쌀은 다행히 우리쌀과 비슷해 밥을 지었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가져간 미역 한 봉지로 국을 끓이고 현지에서 구입한 오이, 감자, 당근, 호박, 토마토, 양파, 대파, 배추, 가지, 달걀에 기본양념인 소금, 설탕, 식초, 참기름으로 지지고 볶고 무치니 대여섯 가지의 반찬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준비했으나 아쉽게도 김치가 빠진 한식이 뷔페상이 차려졌다. 사전 공지를 통해 한국음식을 맛보고자 하는 다국적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한국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한국이 어디쯤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것은 문화를 전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br />
그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무엇부터 먹을까?’였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대답은 ‘밥 한 숟가락에 국 한 숟가락 그리고 두세 가지 반찬을 꼭꼭 씹어 먹고 또 밥, 국, 반찬 먹기를 반복해’를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어눌한 내 영어 실력만큼이나 우리나라 식사법이 그들에게 어려웠나 보다. 설명하고 또 설명했지만 오이 토마토무침을 샐러드처럼 다 먹고 미역국을 수프처럼 후루룩 마신 후 달걀말이와 호박전, 가지볶음, 감자조림을 메인 요리처럼, 그리고 남은 흰밥을 그냥 먹었다. 밥을 주식으로 먹는 동양인들에게는 우리식의 식사법이 익숙하겠지만 한 가지 요리를 메인으로 먹는 서양인들에게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식사법은 서로 달랐지만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으로 마음이 전해지는 건 같았나 보다. 그날 음식을 맛본 사람들의 많은 도움으로 그곳에서 나의 머무는 여행은 매우 순조로워졌고 마을에서 나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한국에 대해 한 가지는 물어보며 관심을 보였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준비된, 소박하지만 건강하고 바른 한식 밥상을 그들에게 차려주고 싶다.글=요리연구가 이미경(//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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