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비례대표 1번으로 정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례대표 1번은 야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사들이었습니다. 박경미 교수는 수학자입니다.서울대 수학교육학과 졸업,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 수학교육학 박사학위 취득.대학 졸업 후 1년간 수학교사로 일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학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박사 학위 취득 후에는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0년 홍대 수학교육과 교수로 부임했습니다. 일반인에게도 수학의 재미를 알리고 싶었던 박 교수는 다양한 저서와 언론 기고를 통해 수학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해왔습니다. 단지 수학만 얘기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2003년 출간한 '수학비타민'에서 박 교수는 많은 사람들은 마방진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렇게 썼습니다. "마방진에서는 주어진 수가 한 번씩만 등장하면서 상하, 좌우,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일종의 조화와 균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은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참여하면서 각 방면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사회, 우리가 희구하는 사회와 닮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같은 책에서 박 교수는 나눔의 미학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옛날 아라비아의 어떤 상인이 자기 재산인 17마리의 낙타를 큰아들은 1/2, 둘째아들은 1/3, 셋째아들은 1/9씩 가지라고 유언하고 죽었다. 17은 2, 3, 9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1/2, 1/3, 1/9을 정수로 구할 수 없었다.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지 못한 삼형제는 자신의 몫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계속했다. 그 때 그 곳을 지나가던 노파가 자기가 타고 있던 낙타 한 마리를 보태 주었다. 이제 18마리가 되었기 때문에 삼형제는 1/2인 9마리, 1/3인 6마리, 1/9인 2마리를 각각 가졌다. 삼형제는 유언보다 조금씩 많이 가졌으므로 만족스러워했다. 또 9마리, 6마리, 2마리의 합은 17마리이므로 노파가 희사했던 한 마리의 낙타도 다시 되돌려 줄 수 있었다. (중략) 노파가 기꺼이 자신의 재산을 삼형제에게 기부하고 그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나눔의 미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박 교수는 2009년 6월 홍익대 교수 33명이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며 '국민을 섬기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할 때 참여하기도 했습니다.당시 시국선언은 "사람들이 함께 숨 쉬며 서로 부족함을 채워가는 공동체의 건설은 뒷전으로 밀리고 권위주의적 통치방식과 개발지상주의의 철 지난 망령이 다시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며 "그 먹구름 아래서 자유, 민주, 정의는 사회적 금기어로 전락한 채 서서히 질식사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하지만 야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은 있습니다. 박 교수는 2006년 한 일간지에 당시 노무현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며 이렇게 썼습니다. "정부 요직에 닮은꼴 인물을 기용하고, 그중 어떤 사람은 비판적인 신문을 '독극물과 불량식품'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가 생각난다. 이 학파는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수는 두 수의 조화로운 비(比·ratio)로 표현할 수 있는 '유리수'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피타고라스학파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의 하나인 피타고라스의 정리(定理)에 의해 두 수의 비로 표현되지 않는 '무리수'를 발견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논문표절 의혹도 불거진 바 있습니다. 2004년 11월에 발간된 '한국수학교육학회지'에 '한국, 중국, 일본의 학교 수학 용어 비교 연구'라는 논문을 기고했는데, 이 논문이 같은 해 6월 30일자로 제출된 홍대 교육대학원 수학교육 전공과정 정아무개씨의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에 박 교수는 이미 소명된 일이라고 했습니다.더민주의 비례대표 1번으로 박경미 교수는 어떤 정치를 할까요?박 교수는 2014년 TV 방송 '100분토론'의 진행자로 발탁되면서"수학은 정치와 거리가 먼 분야라고 볼 수 있겠지만 수학자의 엄정한 눈으로 시사 이슈를 다뤄보겠다"고 했습니다.자신의 저서 '수학콘서트'에 "인간이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수학을 현실에서 유용하게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학이 영혼을 진리와 빛으로 이끌어 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라는 플라톤의 말도 소개했습니다.박 교수가 수학자의 엄정한 눈으로 국민들의 영혼을 진리와 빛으로 이끄는 정치를 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국민들의 몫입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디지털뉴스룸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