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X파일] ‘방 쪼개기’ 안하면 손해?…‘전과’ 부르는 유혹

준공검사 후 몰래 임대수익 늘리는 공사…검찰, 건축업자·건축주 기소사례 이어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div class="break_mod">‘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1월10일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오토바이에 불이 붙은 이후 해당 건물은 물론 인근 건물까지 모두 3채의 대형 건물이 화재 피해를 당했다. 콘크리트 벽 위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바른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해 ‘스티로폼 외벽’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화재 발생 6분 만에 소방차 40여대가 출동했지만, 골목길 진입로 주차 차량 때문에 진입에 애를 먹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피해를 키우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불이 난 지상 10층 건물은 1층에 10여대의 주차 공간밖에 없었고, 주민들은 주변 골목길에 주차했다고 한다. 화재가 시작된 아파트는 주차 공간 자체도 비좁았지만, 준공 당시 주거 공간(88가구)보다 많은 가구 수(95가구) 때문에 주차난은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불법 대수선행위, 이른바 ‘방 쪼개기’는 의정부 화재 사고를 키운 숨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2015년 1월10일 화재로 13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

방 쪼개기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만 모르는 불법 행위다. 집주인들은 쏠쏠한 추가 임대수입에 대한 유혹 때문에 너도나도 방 쪼개기에 돌입한다. 방법은 이렇다. 일단 건물을 짓고 준공검사를 받는다. 준공검사를 통과하면 몰래 방을 나누는 공사를 한다. 목욕탕도 짓고 현관문도 달고 하는 식으로 가구를 분리한다. 이렇게 되면 집주인이 임대할 수 있는 방은 늘어난다. 원래 신고한 가구 수보다 늘어났지만, 주차장을 더 지을 필요도 없다. 주차 면적은 그대로인데 가구 수만 늘어나면 거주지 인근 지역은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의정부 아파트 사고처럼 화재라도 일어나면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방 쪼개기는 일부의 사례일까. 임대 수요가 많은 대학가 원룸 촌이나 직장인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흔한 일이 돼 버렸다. 방을 쪼개고 옥탑방을 만들면서 준공검사를 받을 때보다 많은 임대 공간을 확보하는 형식이다. 문제는 그러한 행위가 엄연한 불법이라는 점이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지난달 건축법위반사범 42명을 적발해 13명을 불구속기소하고 29명에 대해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역 개발 호재에 따라 인구 팽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임대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개별 방에 경계벽, 출입문 등을 설치하거나 옥상에 증축하는 방법으로 가구 수를 늘리는 방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10개 이상 가구 수를 늘린 건축주들은 전원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번 단속 결과 최대 28개까지 가구 수를 늘린 사례가 적발됐다. 검찰은 방 쪼개기의 폐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쪼개기를 위해서는 환기시설, 소방시설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인근 불법주차로 인해 소방도로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법을 준수하는 집주인만 피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이 단속을 이어가는데도 방 쪼개기 문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방 쪼개기가 수익률을 높이는 재테크 방안으로 소개되는 사례도 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2014년 12월 부동산 재테크 베스트셀러 작가를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방 쪼개기를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자신에게 건축을 의뢰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117억 원 상당의 단독주택 21동을 신축한 후 방 쪼개기를 해 건축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방 쪼개기가 만연한 이유로 약한 처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불법 건축물에 대해 행정기관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더라도 불법 임대 소득 대비 금액이 많지 않아 이행강제금만 내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있다”면서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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