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단 가입하세요. 상품은 나중에 생각해보시고요."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전 마지막 거래일인 11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은행 지점. 14일 ISA 출시를 앞두고 계좌에 담을 상품 설명을 들으러 갔지만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주변에 있는 대형은행들의 지점을 돌아가며 방문했지만 ISA 계좌에 들어갈 상품 목록조차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ISA는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투자하는 '만능 재테크 통장'이다. 소득에 따라 의무 가입기간(3~5년)을 채우면 계좌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 순수익 200만~250만원까지 비과세혜택을 받는다. 현재 은행권은 고객이 ISA에 넣을 상품을 직접 선택해 운용지시를 하는 신탁형 상품들을 준비한 상태다.문제는 ISA 출시 하루 전인 11일까지도 은행에서 고객들이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상품 목록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ISA는 계좌에 담는 상품에 따라 수익률과 수수료 등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미리 공개해 고객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 업권간의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ISA에 들어갈 금융상품의 수익과 수수료율은커녕 어떤 상품을 넣을 수 있는지 조차 고객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우리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오전에 내부 전산망에 일부 상품 수익률과 수수료율이 올라왔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알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오전에 상품 목록이 나왔지만 직원들이 창구상담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포된 것이라서 고객에게 제공할 순 없다"고 말했다.대부분의 은행들은 상품 목록 공개와는 별개로 일단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KB국민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상품 목록은 출시 이후에 공개가 되기 때문에 인터넷 뱅킹으로 쉽게 ISA계좌에 넣을 수 있다"며 "일단 가입을 해서 돈은 미운용자산으로 넣어두고 비중을 나중에 고려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한 행원도 "정기예금 상품은 전혀 위험하지 않고 수수료가 0.1%로 확정됐다"며 "일단 14일에 ISA계좌를 개설해 정기예금 상품으로 가입한 후 인터넷뱅킹으로 다른 상품들의 비중을 결정하면 된다"고 제안했다.상품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계좌부터 개설하라며 은행들이 고객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ISA는 일단 계좌를 개설하고 나면 최소 3년에서 5년까지 묶이게 된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 전체에서 1인 1계좌만 허용되고 해당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상품만 ISA에 넣을 수 있어 선택에 신중해야한다. 금융사별 ISA 상품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입했다가는 고객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수 있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계좌 개설부터 하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고객의 투자성향이나 고객의 투자목적에 맞는 컨설팅보다는 자신들이 고객 유치나 고객 선점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ISA를 고객 중심이 아닌 은행의 영업 확대, 수익기반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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