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김원유 인턴기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고 느낀 점을 쓴 한 대학생의 글이 큰 공감을 얻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다.지난 11일 저녁 6시 30분경 서울대학교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한 학생이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해당 글에서는 "나는 바둑을 좋아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바둑을 좋아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나도 그 친구만큼 바둑을 좋아했다. 아마추어 1단인 그 친구를 이기는 것이 내 10살 인생의 최대 목표였다"라고 쓰여 있었다.이어 "한날, 결국 나는 C를 이겼다. 며칠 동안 그 바둑판을 떠올리며 행복해했고, 바둑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주 최근 술자리에서 C가 일부러 나에게 져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C는 바둑에서 져 눈물을 흘리는 나를 계속 이기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라는 내용이 언급됐다.일화를 써내려간 글쓴이는 글의 방향을 바꾸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인류의 위대함이 드디어 끝을 보는 순간이라고 한다. 우리가 만든 기계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상대방도 이기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라고 애초에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 위대함이 그것에 있었다면, 인류가 꽃피운 화려한 문명은 진작 몰락했을 것이다"라고 썼다.이내 글쓴이는 두 내용을 섞으며 "우리 인간이 진짜 위대한 이유는, 어떤 조건에서도 상대방을 분석하고 해부하며 비참하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가 흘리는 눈물을 보고 마음을 바꿔, 슬쩍 져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인공지능에 패배했지만, 인류는 여전히 위대하다. 비록 나를 포함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잊은 채 살아가는 '위대함'이지만 말이다"라고 주장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이 존재하게 된다면 어떨까" "하지만 위대한 인간보다 상대방을 비참하게 이기는 인간을 사람들은 동경하지 않나요?" "바둑을 이긴다 한들 이세돌과 바둑에 대해 담소를 나눌 수 없다면 한낱 기계에 불과합니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한편 이세돌은 앞서 알파고에게 3연패를 당했으나, 제 4국에서 완벽한 경기를 진행해 알파에 불계승했다.김원유 인턴기자 rladnjsdb@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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