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일정에 국회의원 동행 불허…여당 갈등에 예비후보도 숨죽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ㆍ13총선을 불과 한달 여 앞둔 10일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를 방문하면서 지역표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당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묘한 시기여서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판단 때문이다.일단 대구 예비후보들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이 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대통령 일정 가운데 시장방문 등이 없어 민심을 직접 살피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음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지역의 국회의원도 "대통령께서 공식 행사에만 참석한 후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시는 것으로 안다"면서 "민심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소위 '진박'으로 분류되는 예비후보들도 대통령 방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동구갑지역구에 출마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측은 대통령 방문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권자가 판단할 문제"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동구을에서 유승민 의원과 맞붙는 이재만 예비후보측도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도 지역에서 별다른 동요가 없는 것은 청와대가 선거개입 오해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창조경제센터와 섬유박람회 등 공식행사에만 참석하면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동행도 불허했다.또 새누리당의 내부 갈등이 불거지면서 대통령 마케팅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살생부 파문이 벌어진지 불과 10여일 만에 친박계의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까지 터지면서 예비후보들은 오히려 대통령과의 고리 끊기에 나서는 상황이다. 대구 달성군 예비후보인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측은 "대통령에 기댄 선거운동은 하지 않겠다는 게 캠프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은 "새누리당이라는 대세에 영향은 없겠지만 유권자들을 만났을 때 창피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지역 선거관리위원회도 박 대통령의 지역 방문과 관련해 각 캠프에 선거마케팅 활용을 불허한 상태다. 각 예비후보 캠프에 따르면 대구시선관위는 예비후보가 박 대통령과 사진을 찍어도 선거운동 자료로 활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야당 입장은 다르다. 박 대통령 방문에 작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후보들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방문 자체만으로 지역 민심을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대구 수성갑 예비후보로 뛰는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대구는 여느 선거 때와 달리 국민 이목을 끄는 전국적 관심 지역"이라면서 "대구 지역 경제가 매우 어려운 만큼 지역경제가 다시 한번 소생할 수 있도록 애정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정이나 행보를 최대한 자중해달라는 우회적인 압박이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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