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Vs이세돌 D-1]AI,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는 길목에 섰다

바둑 최고수와의 수싸움 통해 新알고리즘 학습홍보효과까지…구글의 숨은 포석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한진주 기자]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1983년 생인 이세돌 9단은 12살에 입단해 21년간 바둑에만 몰두했다. 세계 최고 기사인 이세돌 9단의 바둑이 인공지능을 더욱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인간 고유의 영역, 기계에 패할 것인가 =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도 전날 이번 대국을 준비하기 위해 입국했다. 딥마인드는 구글이 지난 2014년 4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회사다.알파고는 지난해 10월 바둑 유럽 챔피언인 판 후이 2단을 5대0으로 꺾고 이번 세계 최정상인 이세돌9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세계 언론들은 이번 대국을 인간 대 기계간의 세기의 대결이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IBM이 개발한 슈퍼 컴퓨터 '딥블루'는 1997년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으며, 뒤이어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2011년 제퍼디 퀴즈쇼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하지만 바둑은 체스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경우의 수가 많고 정확한 상환 판단력뿐 아니라 고도의 직관력이 필요해 인공지능이 풀어야할 최대의 난제로 여겨져 왔다.영국의 가디언지는 "만약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이긴다면 단순히 인공지능이 한단계 진보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기계에 비해 인간이 우월하다고 여겨진 정신적 영역에서도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바둑계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구글 입장에서는 패배하더라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번 대국은 한국기원과 구글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대국을 기획하고 제안한 것은 구글이었고, 100만 달러(약 12억원) 상금도 구글이 부담한다. 구글이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승패와 상관없이 이번 대국을 통해 얻는 것이 그만큼 많아서다.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왼쪽)이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 참석해 이세돌 9단(오른쪽), 이 9단의 딸 혜림 양과 나란히 앉아있다.

◆인공지능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린다 = 구글의 이번 대국 목적은 이세돌 9단과 수싸움을 통해 알파고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대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더욱 똑똑해졌다. 구글이 경우의 수가 우주 원자 수보다도 많은 '바둑'으로 훈련시킨 이유는 그만큼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 앞서 알파고에게 16만개의 기보(棋譜)를 학습시켰다.알파고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바둑을 익혔지만 이세돌 9단만큼 뛰어난 바둑기사의 기보는 많지 않다.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의 기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알파고에게 엄청난 기회다. 또 구글은 세계 최고라 불리는 이세돌 9단을 대국 상대로 선정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 전설적인 바둑 기사와 인공지능의 대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승부는 둘째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패하더라도 구글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다.오히려 걱정되는 쪽은 바둑계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게 5대0이나 4대1로 승리할 것이라 자부했다.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이 우세하나, 만약 알파고가 승리할 경우 한국 바둑의 명예가 실추될 우려도 있다. 10년간 세계 정상을 유지했던 이세돌 9단이기에 더 그렇다.바둑계에서는 인공지능과의 대결이 바둑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세돌 9단이 패배한다면 이미지에 타격이 있겠지만 이번 대국으로 인해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바둑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온갖 경우의 수에서 이길 확률과 패턴을 계산하던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처럼 경험으로 학습하고 추론을 통해 전략을 짜는 방식으로 인간에게 도전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국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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