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들은 영어, 자격증 등 각종 '스펙'을 쌓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만 정작 기업들은 고(高)스펙이 실무능력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이 같은 '스펙 미스매치'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공공기관에 본격도입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채용방식'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조사결과가 어제 나와 주목된다. 작년에 NCS로 공채를 실시했던 공공기관들에서 신규 입사자의 출신대학과 학력이 다양해지고 업무 적응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작년에 NCS 방식으로 공채를 한 공공기관 중 25곳의 신입사원 3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40%가 토익 등 영어점수를 내지 않고도 채용 문턱을 넘었다. 또 이들 중 고졸과 전문대졸이 각각 27명, 50명에 달해 예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 출신대학도 다양해졌다. 영어점수 등을 따지지 않고 직무능력만으로 뽑았더니 '학력ㆍ학벌 스펙'의 벽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이 입사 후 1년 내에 퇴사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곳도 여럿이었고 신입직원 직무교육기간이 전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는 곳도 있었다.물론 이를 모두 'NCS 효과'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해당 직무의 상세한 내용과 평가기준을 미리 알려주고 그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NCS 방식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는 있을 듯하다. 그만큼 획일적인 스펙 위주 채용방식의 부작용이 컸다고 볼 수도 있다. 정부는 이에 자신감을 얻은 듯 올해에는 NCS 적용 공공기관을 100개 더 늘리고 2017년까지는 전 공공기관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NCS를 민간기업에도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공공기관이 채용시장의 '탈(脫)스펙화'를 적극 선도하겠다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너무 서두를 일은 아니다. NCS를 좀 더 충분히 적용해보고 그 효과를 세밀하게 분석해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제 정부가 내놓은 결과부터가 일반화하기엔 조사표본도 작을 뿐더러 긍정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다. 정부의 자평과 달리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NCS에 대해 내용이 모호한 데다 또 다른 '필수 스펙'이 되고 있을 뿐이라는 불만이 높다는 점도 살펴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NCS에 직무능력 '표준'이라는 명칭이 붙었듯 획일적인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표준'으로 다듬되 각 기관의 업무특성에 맞게 적용되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흔히 보이는 성과주의 식의 밀어붙이기로 추진해서는 부작용이 클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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