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신흥국 수요 부진 원인…달러 착시효과도 물동량 기준 2.5% 증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달러화로 환산한 지난해 세계 교역 규모가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달러 강세가 수치상 교역 감소로 보이는 착시 효과도 무시할 순 없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의 수요 부진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경제정책 분석국에 따르면 지난해 달러 환산 세계 상품 교역 규모가 전년대비 13.8% 줄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9년 이후 첫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달러 강세 탓에 수출경쟁력이 약해지며 지난해 수출이 6.3% 감소했다. 국제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석유가 주요 수출품인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수출은 지난해 41.4%나 급감했다. 하지만 세계 교역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주요 신흥국 수요 감소라고 FT는 분석했다. 중국의 수입은 최근 15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고 수출도 지난해 단 두 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동월대비 감소를 기록했다.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져있는 브라질도 수요 급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의 대(對)중국 수입 규모는 60%나 줄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은 브라질로 들어가는 컨테이너 물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수요 감소가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안토니오 도밍게즈 머스크라인 이사는 "브라질 뿐 아니라 파라과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 남미 전역에서 중국 수입 물량이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지난 몇 개 분기동안 계속 됐고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올해 1월 수출과 수입 규모는 모두 두 자리수 급감을 기록했다. 한편에서는 달러 강세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액이닌 물동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지난해 상품 교역량은 지난해 2.5%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하고 있는 지난해 세계경제성장률 3.1%에 미치지 못 하는 수준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에는 10년간 물동량 기준 세계 교역 증가율이 항상 세계 경제성장률을 웃돌았고 최고 두 배 가량 높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1년 이후에는 교역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IMF도 세계 교역 감소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IMF는 지난 19일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3.6%에서 3.4%로 낮추면서 26~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세계 경제성장을 끌어낼 수 있는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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