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년 '좀비기업(한계기업)' 청산 외치지만 발목 잡는 3가지 요인초고속 성장에 익숙해진 무사안일주의속도감 있게 책임 있게 추진할 리더십 부재지방정부의 기업 의존도 심화로 인한 보호주의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무사안일주의, 리더십 부재, 지방정부의 보호주의 등 세 가지 원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과잉 생산이나 재무적 한계에 몰린 '좀비기업' 청산 정책이 실패하면 중국발(發)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외르크 부트케 소장의 진단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부트케 소장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해마다 좀비기업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실행력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좀비기업으로 인한 부실채권 규모가 눈덩이로 커지면서 중국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중국 정부가 좀비기업을 과감히 쳐내지 않는 데는 우선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무사안일' 분위기 탓이라는 지적이다. 부트케 소장은 "중국은 해마다 두 자릿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데 따른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하다"며 "좀비기업 청산 속도가 매우 더디고 그 사이 문제의 정도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뿐더러 가까운 미래 닥칠 위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국유기업의 경영진도 여전히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경제는 둔화하고 기업 실적은 하향 곡선이며 과잉 생산 문제는 더 악화하고 금융위기마저 커지는 급박한 상황인데, 이를 책임감 있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중국 정부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게 부트케 소장의 또 다른 견해다. 부트케 소장은 "중국의 '주머니'는 더 이상 과잉 부채 문제를 해결할 만큼 넉넉하지 않다"고 우려했다.지방정부의 보호주의도 좀비기업 청산을 가로 막는 장벽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방정부마다 핵심 산업과 기업에 대한 세수 등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청산'보다는 '연명'에 정책 초점을 맞춘 결과라는 것이다.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와 관련 "중국의 1월 대출이 이례적으로 급증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좀비기업일 수 있다"며 "지방정부와 유착된 좀비기업에 대한 대출 회수 조치 등 중앙정부의 압박이 더 심해지기 전에 손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은행들의 1월 위안화 신규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2조5100억위안(약 472조원)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요시다 타다노리(吉田忠則) 니케이 편집위원은 "좀비기업 청산은 단기적으로 고용 불안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 안정에 필수 과제"라며 "대출 증가가 좀비기업 연명을 위한 수단이 될 지, 구조조정의 역할을 할 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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