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정부가 규제를 풀어 한국판 에어비앤비(숙박공유)나 우버(차량공유)를 육성하기로 했다. 공유경제라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제도권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시범적으로 부산과 제주, 강원도에서는 '공유민박업'으로 등록한 후 연중 120일까지 내 집이나 빈방을 빌려줄 수 있다. 또 차량공유를 위해 각종 부설, 노상 주차장에 고유차량의 전용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4월에는 차량공유 시범도시를 도입하기로 했다.세계 공유경제 시장규모는 2010년 8억5000만 달러에서 2014년 10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내놨다.소셜커머스 업체와 오프라인의 최강자로 꼽히는 쿠팡과 이마트는 기저귀를 놓고 한판 전투에 돌입할 태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 유통시장에서 최저가를 유지하겠다고 선포했고 첫 품목으로 기저귀를 내세웠다. 서로 관련 없을 것 같은 공유경제와 기저귀 최저가 전쟁에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대신 현재 다른 곳에서 창출되고 있는 가치를 이전시키는 정책이고 경쟁이라는 사실이다.우선 공유숙박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의 지난해말 가치는 255억달러(약 30조원)다. 에어비앤비는 집을 가진 사람과 숙소를 찾는 여행객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할 뿐 직접 소유한 호텔이나 방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세계 1위 호텔기업인 힐튼과 맞먹는다.
우버의 지난해말 기업가치도 680억달러(약 80조원)으로 제너럴모터스(GM)와 혼드, 혼다 등을 이미 제쳤다. 창의적 아이디어만으로 플랫폼을 차려 이 정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과연 정상적일까.만약 공유숙박업으로 세계 여행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거나 공유차량으로 외출 또는 쇼핑객이 늘어날 수 있다면 내수활성화 등 국가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만약 그렇지 않다면 공유민박은 기존 호텔이나 모텔, 또는 기존 민박사업자들의 수입을 뺏게 된다. 공유차량은 택시나 렌트카 업체의 수입을 감소시킨다. 우버가 우리나라에서 허용되지 못했고 유럽 곳곳에서 반발이 일어나는 이유다.민박업자와 택시운전사의 수입을 말 그대로 공유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제로섬(Zero Sum) 게임이 될 지 마이너스 섬이 될 지, 정부의 기대만큼 플러스 섬이 될 지는 아직 모른다.다만, 공유경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등 기존 자본주의 체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최저가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소요되는 기저귀의 수는 제한돼 있다. 대부분의 생필품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싸다고 무작정 소비가 늘어나는 제품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전쟁이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상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는 창출돼 흐를 가치의 상수도관을 자기쪽으로 돌려놓는 것에 불과하다.세계 경제는 수요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는 인도나 아프리카 등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그만큼 소비는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당장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3총선거 유권자 중 60대 이상 비중이 가장 많았다. 선거사상 처음으로 40대 유권자 수를 앞지른 것이다. 40대는 가장 소비지출이 활발한 연령대다. 지금 정부와 기업들이 집중해야 할 정책과 경영전쟁은 새로운 가치창출을 주제로 삼아야 한다. 애플처럼 혁신적인 제품으로 없는 시장을 말 그대로 창조해 내도록 정부가 정책으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남의 땅 뺏어오기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가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전장을 넓혀야 한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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