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맞춤청바지'로 바람 모는 남자

아경이 만난 사람 - 커스터마이징으로 백화점까지 입점한 '비스포크데님' 허정운 대표

허정운 비스포크 데님 대표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청바지가 어색한 이유는 자신의 몸에 잘 맞지 않아서에요. 그래서 맞춤청바지를 생각해냈죠. 그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맞춤 청바지 비스포크데님 허정운 대표의 말이다.청바지. 누구나 한 벌쯤 가지고 있지만 누구나 어울리는 아이템은 아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청바지를 입는 일은 왠지 부끄럽고 어색하다. 비스포크 데님의 주고객은 3~50대 남성들이다. 60대 고객도 있다. 이른바 '노무족(No more uncle)'이다. 패션에 민감한 이 멋진 남성들은 밑단 모양, 바지 핏까지 세심하게 신경쓴다.맞춤정장도 아니고 맞춤청바지는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처음엔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비스포크 데님은 '커스터마이징' 열풍을 타고 백화점 입점까지 성공했다. 원서동 골목길 쌀집과 치킨집의 가운데 자리 잡은 비스포크 데님에서 허정운 대표를 만났다. 맞춤 청바지라는 개념이 생소한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맞춤 청바지는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그렇게 생소한 개념은 아니에요. 회사에 들어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제가 즐길 수 있는 옷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했는데, 처음 만든 옷이 청바지였어요. '꼭 청바지를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건 아닌데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죠.

사진=허정운 대표 제공

허 대표는 9년 동안 청바지를 연구했다. 일본, 태국, 미국 등을 돌아다니며 공장도 가보고 소재도 꼼꼼하게 따졌다. 허 대표의 작업실에는 13대의 기계가 있다. 이 중에는 한국에 없는 빈티지머신도 있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가 1910년부터 쓰던 유니온 스페셜 2세대도 있다. 허 대표가 직접 외국에서 공수해온 기계다. 어떤 과정으로 맞춤 청바지를 만드나패턴뜨기부터 봉제까지 직접 제가 다합니다. 청바지를 만드는 데는 패턴사와 봉제사가 필요한 데 저는 두 일을 동시에 하는 셈이죠. 저는 손이 빠른 편이라 하루 정도면 한 벌의 청바지를 만들어요. 바느질 하나하나까지 전부 수작업을 합니다. 전부 직접 만들지 않으면 고객들이 제 옷을 입을 이유가 없죠. 공장 청바지랑 똑같아지니까요. 청바지는 가격, 브랜드도 천차만별인데 맞춤 청바지만의 매력이 있나맞춤제작답게 자기가 원하는 원단부터 자제, 핏까지 전부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남자들이 오히려 여자들보다 세심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죠. 또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제작해드릴 수 있어요. 활동량이 많은 사람이라면 좀 더 편하게 만든다던지 하는 식으로요. 또 맞춤청바지는 가격대(1벌 50만원대)가 있으니까 유행에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요. 오래오래 입을 수 있어야 하죠.

사진=허정운 대표 제공

어떤 손님들이 주로 찾나가격대가 아무래도 있다보니 전문직 남성 손님이 가장 많아요. 20대는 거의 없죠. 저는 제 옷을 어렵게 사는 손님보다 청바지를 사는 일을 즐길 수 있는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 게 좋아요. 기억에 남는 손님은한달 반만에 4벌을 제작하신 손님이 있었어요. 옷의 스타일 별로 입으신다면서요. 사실 그만큼 제 청바지를 좋아해주시는 거니까 가장 기억에 남죠. 하지만 전 이런 손님들은 오히려 말리는 편이에요. 비싼데 한 번 입어보고 좋으면 사야죠.

사진=허정운 대표 제공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것이 특이한데브랜드 이미지만 가지고 장사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전 껍데기만 신경쓰는 건 싫어요. 그럴 것 같으면 재료를 싸구려 쓰고 마케팅비용에 많이 투자하면 그만이죠. 저한테 옷은 자존심이에요. 제 이름 걸고 하면 책임감이 더 커지죠. 브랜드 네이밍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도 그냥 '정운씨가 만든 바지'였어요.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된다고 생각해요. 제 자체가 이걸 하고 있다는 의미죠. 억지스러운 건 싫어요. 청바지에 대한 철학이 있나사실 오시는 손님들은 원단의 차이나 재료의 차이를 잘 모르세요. 제가 그냥 싼 거 사용해도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힘들죠. 하지만 좋은 원단을 사용한다는 건 제 자존심이에요. 또 실제로 좋은 원단을 사용해야 청바지도 잘나오기도 하고요. 실제로 허 대표는 일본,미국,터키,이태리,인도 등지에서 원단을 모두 수입해서 쓴다. 그의 데님에는 청바지에 흔히 있는 워싱이 없다. 허 대표가 사용하는 셀비지 원단은 입는 사람의 습관에 따라 물이 빠진다. 그는 뭐든 일부러 꾸미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잘 맞는 게 좋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은이 작업실 자체가 제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해요. 백화점은 두 번째 포트폴리오가 되겠죠.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10년 뒤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옷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청바지 맞춤 문화가 생기고 사람들이 계속 찾아주면 더 좋겠죠. 고향인 대구에서 이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렇게되면 서울에서 하는 것보다 가격도 더 저렴해 질 수 있어요.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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