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로지스틱스·벌크전용선 등 주요 사업부·자산 줄줄이 매각…사재출연 카드까지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을 살리기 위한 초강수를 꺼냈다.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극복을 위해 현대증권과 부산신항만터미널 매각에 이어 사재출연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걸면서 배수진을 친 것이다. 1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날부터 채권단과 공동으로 지난달 29일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세부안을 조율해 이르면 이번 주중 결과를 발표한다. 현대상선이 채권단에 제출한 추가 자구안에는 현 회장의 사재출연 방안이 포함됐다.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8.7%) 등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아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 회장은 현대글로벌(91.30%)과 현대유엔아이(65%)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만, 비상장주식으로는 담보 대출이 불가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3억주에서 6억주로 변경하기로 결의하면서 유상증자 토대를 마련했다. 현대상선의 현 발행주식 총수는 2억2349만주다. 현 회장의 지분평가액(상장사 기준)은 현대엘리베이터 1048억원(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현대증권 11억원 등 총 1060억원 규모다.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현대글로벌 지분 포함해 17% 남짓으로 경영권 방어를 감안하면 출자 규모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공개매각을 즉시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해 제출한 자구안의 핵심이던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유동성 위기기 불거진 만큼 재매각이 점쳐졌다. 현대아산 보유지분 전량 매각, 부산신항만터미널 자산 매각 등의 내용도 추가 자구안에 포함됐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만 매각으로 3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부산신항만 경영권을 포함한 구주 50%+1주 매각을 기존 자구안에 포함시키고 싱가포르 항만공사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매각가는 부산신항만의 부채 1895억원을 포함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딜이 성공할 경우 현금 3000억원 수준의 현금 유입이 가능해진다. 채권단이 추가 자구안을 모두 수용해도 현대그룹 정상화는 업황 회복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해상운임 하락과 매출부진으로 지난해 3분기 6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운업황을 나타내는 대표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달 29일 기준 317포인트로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컨테이너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591포인트로 1년 전보다 절반 이상 하락했다. 해운업계는 해운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구조조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09년 정부 주도로 해운사업 구조조정이 추진됐지만 재무구조 개선에만 치중해 대형 선박발주가 연기됐다. 그 사이 해외 경쟁선사들이 대형화 전략을 통해 운임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해운사와의 경쟁에서 앞서며 해운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으로서는 증권 즉시 공개매각과 오너 사재출연 등 쓸 만한 카드는 다 내놓은 이른바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면서 "채권단이 장부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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