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수 증권부장
얼마 전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나날이 나오는 배가 만삭의 임산부를 연상케 한다는 잔소리는 견뎠지만 과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까지 아프니 덜컥 겁이 나서였다. 막상 등록을 하고 나니 배만 불룩 나온 올챙이 몸매를 헬스장 벽을 장식한 '식스팩'을 가진 조각 몸매로 바꾸고 싶은 욕망이 불끈 생겼다.게다가 원체 물살이어서인지 겨우 1주일을 운동했는데 2kg이나 빠졌다. 운동 초기 가뜩이나 충만했던 의욕이 더 충만해져 트레이너에게 근육을 키우는 방법을 물었다. 트레이너가 설명한 근육 키우는 방법은 간단했다. 원하는 부위의 근육에 자극을 줘 근육을 피로하게 하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면 근육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커지고, 지방은 태워진다는 설명이었다.근육을 키우고 지방을 태우면 체지방율이 떨어져 멋진 몸매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20%대 후반으로 비만 초기인 내 체지방율은 얼마나 떨어뜨려야 식스팩의 몸짱이 될까 궁금했다. 스마트폰으로 체지방율을 검색했더니 체지방율별 체형이 친절히 사진으로 나와 있었다. TV에서 보는 몸짱 연예인들처럼 되려면 체지방율이 10%로 떨어져야 했다. 여자도 매끄러운 근육질로 보이려면 10%대 중후반은 돼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멋지게 보이는 근육질 몸매가 건강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체지방율이 낮으면 근육의 회복속도가 빨라지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낮아도 호르몬 부조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 생리불순이나 심하면 임신이 안 될 수도 있다. 몸에서 차지하는 지방의 비율이 적을수록 보기에는 좋은 몸매가 되지만 오히려 몸 전체의 건강에는 해로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라 경제가 위기라고 한다. 여기 저기 구조조정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어렵긴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 당장 어렵지 않더라도 닥쳐올 위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조직을 '슬림'하게 하는 곳도 적지 않다. '유비무환'이란 말처럼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다만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효율화만을 추구하는 게 모범답안인양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군살 없는 조직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근육도 강해야 하지만 지방도 적당히는 있어야 조직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국가비상사태를 얘기하는 정부 여당의 경제정책 방향이 완벽한 '식스팩'을 추구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을 것 같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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