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TA 비밀주의'에 일침놓은 대법원

대법원이 어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정부 측이 작성한 보고서와 연구결과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한중 FTA로 인한 영향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1, 2심에 이어 최종심에서도 전반적으로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이 작성한 8종의 보고서 가운데 협상전략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들을 열람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은 정부 정책의 투명성 원칙, 특히 국제통상협상에서의 정보공개의 기준에 대해 되짚어보게 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최대한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분명한 흐름이 돼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6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그 후로 정보공개의 범위를 계속 넓혀왔다.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자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국제협상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대원칙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는 없다.물론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사용되는 문서의 공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협상전략을 노출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상호 간에 협상 문서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도록 합의하는 것이 관행으로 확립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보의 비공개 범위는 가능한 한 최소화돼야 한다. 1~3심 재판에서 내내 확인됐던 것처럼 '비공개로 보호되는 이익이 국민으로서의 알권리를 넘어 국민의 구체적인 이익까지 희생시켜야 할 정도로 클 때'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경제력 현황을 단순히 분석한 자료까지도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본 것과 같은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정부는 "단순 통계자료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협상전략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공정보에 대해 매우 폐쇄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 같은 폐쇄성의 기저에는 공공정보 활용에 대한 자의적이며 소극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 이는 정보의 공공성 훼손, 알권리 침해이기도 하지만 협상력을 키우는 데도 과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FTA와 같은 국제협상에서 관련 분야와 이해관계 집단의 여론이 폭넓게 표출되는 것은 오히려 협상에서의 입지를 넓힐 수도 있다. 이번 판결을 한중 FTA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협상에서 하나의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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