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정의화 의장 뜻 존중' 의견도…오는 20일 여야 추가회동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연일 경제활성화법 및 노동 5법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던 새누리당이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다. '직권상정 카드' 대신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 경제 불안 요소를 강조하며 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직권상정을 거부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도 나오면서 더 이상 직권상정을 주장할 명분을 얻기 힘들어졌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시장이 위축돼 고용과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며 "서비스산업발전법, 기업활력제고법(기활법) 등 경제활성화와 위기 대응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으면 기업구조조정은 더욱 본격화되고 중산층 몰락, 가정 붕괴 등 사회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야당에 법안 처리 협조를 촉구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처리할 수 있는 법안부터 처리하자'고 했으므로 당장 오늘부터라도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숙려기간 5일을 감안하면 다음주 중반에 상임위를 통과해야 연말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촉구하며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새누리당은 기활법과 노동개혁 법안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음 주 두 차례 간담회를 열고 경제계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방침이다.
정 의장은 전날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변할 수 없다. 차라리 내 성(姓)을 다른 성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직권상정을 재차 거부했다. 이러한 정 의장의 단호한 태도에 '국회의장 해임 건의안'까지 거론했던 새누리당의 압박이 한층 누그러졌다. 또한 당내에서도 정 의장의 뜻을 수긍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제기되면서 직권상정의 동력과 명분을 잃고 있다. 직권상정은 여야 합의가 있지 않는 한 천재지변이나 전시상황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만 쓸 수 있는데, 현 경제 상황이 이에 해당된다고 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법을 근거로 집행을 해야 된다는 의장님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 비박(비박근혜) 의원도 "법에 명문화된 규정만 보자면 정 의장의 해석이 틀린 게 아니다"며 "(직권상정을 거부한) 정 의장의 판단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당 지도부가 정 의장에게 제출한 직권상정 촉구 결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당내 상황을 반영하듯 정 의장은 기자들에게 "새누리당이 156명 연서(직권상정 촉구 결의문)를 가져왔던데, 156명한테 일일이 체크해볼까요. 다 도장을 찍었는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새누리당은 당분간 직권상정 카드를 내려놓고 야당과 끈질긴 대화와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17일 밤 만찬회동을 갖고 협상을 벌였으며 오는 20일에는 여야 대표·원내대표간 '2+2'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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