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분기에 전체 예산의 40%를 집중 배정하기로 한 것은 높아지는 경제위기감에 대응한 선제적 경기 띄우기 조치의 의미가 강하다. 이달부터 내년도 예산을 미리 배정하는 '회계연도 개시 전 배정' 카드까지 동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 안팎에 머무를 것이라는 여러 기관들의 전망이 나왔을 정도로 경제의 하강속도가 빠른 데다 초저유가 충격 등으로 지구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신속한 재정적 대응은 바람직하다.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2016년 예산배정계획'을 확정,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더한 총 330조6716억원의 세출예산 중 40.1%인 132조5035억원을 1분기에 배정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68%가 배정됐다. 1분기 기준 배정비율은 2013년(45.1%)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또한 이달 중 3조5000억원가량의 예산배정을 확정해 내년 1월부터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내년 1분기에 예산을 집중배정한 것은 수출 부진을 만회하고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내수를 최대한 살려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내년 1월부터 자동차 등의 개별소비세가 정상화하면서 소비가 다시 얼어붙는 '소비절벽'이 우려되고 여기에 수출부진이 겹치면 성장률 급락이 예상되는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회계연도 개시 전 예산 배정은 연초부터 내수의 불을 지피겠다는 정부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경기 파급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된 세부내역을 봐도 그렇다. 상주~영덕고속도로 등 87개 SOC 사업에 전체의 60%에 이르는 2조1000억원이 배정된 것을 비롯,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788억원,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489억원,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434억원 등이 투입된다.문제는 조기 배정이 곧바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라 곳간에서 풀린 돈이 빠르게 현장으로 투입돼야 기대만큼의 경기진작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요한 곳, 급한 곳에 정확하게 투입되는 효율성이 중요하다.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 집행하면 하반기에 쓸 돈이 줄어 경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의 재정확장 정책이 민간 주도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경제 살리기는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국회는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고 기업은 비효율사업 정리와 체질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나라 안팎의 경제환경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 경제주체 모두가 경제살리기를 고민하고 소매를 걷어붙여야 할 때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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