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살림꾼 손준호가 말한 2015년과 황선홍 감독

포항 스틸러스 미드필더 손준호, 연맹 제공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2015년의 손준호(23·포항)은 화려하지는 않았다. 포지션 이동과 역할에 변화가 있어 그랬다. 공격적으로 경기를 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뒤에서 궂은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패스 한 번보다 태클을 두 번 더 해야 했고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뒤에서 궂은일을 했다.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시상식의 꽃들 중 하나였던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경쟁자들보다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았다. 올 시즌 리그에서 9골 4도움으로 나름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다른 선수들에 인상이 강하지 않았다. 손준호는 아쉬워하면서도 더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영플레이어상에 대해 "아쉬움은 있는데 아무래도 최선을 다했지만 경쟁자들이 워낙에 다른 해에 비해서 많았고 나 자신도 조금 더 노력해야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살림꾼이 된 손준호의 2015년 데뷔했던 지난 시즌 손준호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갔다. 한 때 이명주(25·알 아인)의 뒤를 이을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을 만큼 공격력을 보여줬지만 여러 사정상 올해는 뒤로 물러서 경기를 뛰었다.포지션 이동은 손준호에게 더 많은 체력을 요구했다. 변화로 여러 가지를 얻고 배웠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움도 있었던 모양이다. 공격보다는 수비와 연결에 집중하면서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이러한 탓에 시즌 초반에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페이스가 떨어졌다. 공격의 방점을 찍던 손준호가 살림꾼으로 달라지는 데 역시나 과정과 고비를 겪어야 했다.손준호는 2015년을 돌아보며 "공격을 할 때는 골이 들어가지 않으면 팀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어 집중을 많이 했고 올 시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다보니 수비적으로 많이 해야 되고 경기를 할 때는 체력적으로 여름에 많이 힘들어져서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았나 한다"면서 "팀 성적도 그랬고 몸 상태와 컨디션이 여름에 좋지는 않았다"고 했다.

황선홍 감독, 사진=연맹 제공

◆ '은사' 황선홍 감독과의 이별손준호에게 황선홍(47) 감독은 은사다. 2014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하게 해준 이도 황선홍 감독이었다. 황 감독의 중용으로 손준호는 성장해 갔다. 포항 유스 시스템이 낳은 또 한 명의 기대되는 미드필더로 곧 각광을 받았다. 올 시즌에도 영플레이어상 후보 3인이 발표되기 전까지 손준호도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황 감독은 각종 인터뷰에서 손준호에 대한 지지를 보내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손준호는 황 감독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하나를 꼽아달라고 하자 어김없이 29일 FC서울을 상대로 홈에서 한 황선홍 감독의 고별전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쉽다"면서 "내가 프로에 와서 겪은 첫 지도자셨고 감독님께 기회도 많이 받아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고 감독님이 떠나신다고 했을 때 아쉬웠다. 언제 또 같이 할 수 있는 날이 올 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서울과의 고별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황선홍 감독은 "고별전이 실감이 아직 안 난다"면서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 가서 선수들과도 작별인사도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 포항의 숙소에서 황선홍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놓고 "너희는 대단한 선수들이다"라고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떠나면서 제자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자 했다. 손준호의 설명이다.손준호는 "숙소에서 선수들을 모아두고 감독님이 '너희는 대단하다'고 하시고 '언젠가 또 볼 수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해주셨다"고 그때의 순간을 전했다.

포항 스틸러스 손준호, 연맹 제공

포항은 12월말에 새로운 사령탑 최진철(44) 감독과 상견례를 갖고 1월 중순에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본격적인 새 시즌에 돌입하는 것이다. 2월에 돌아오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경기가 예정돼 있다. 포항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손준호도 그에 맞춰 내년에도 팀의 핵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 그는 "일단 새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를 할 수 있는 베스트 라인업에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 밖에 없다. 최진철 감독님의 색깔을 빨리 파악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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