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기업이 사우디 건설프로젝트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br />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중동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쇼크'에 각종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축소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사우디 발주시장 참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12일 KOTRA 리야드무역관에 따르면 세계 제 1위의 산유국으로서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추진해오던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로젝트 시장이 당분간은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사우디 재무부는 9월 초 향후 불요불급한 프로젝트를 제외한 국가 및 국영기업의 발주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으며, 10월에는 올해 안에 신규 계약 체결을 중단시키는 훈령을 발표했다.사우디가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우수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재정적자의 일정 정도(올해 약 400억~500억 달러)를 국채발행을 통해 해소할 전망이나 궁극적으로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연기 내지는 취소,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 향후 사업계획의 우선순위에 의한 실행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다.이에 따라 11개의 대형 축구장 건설과 같은 프로젝트는 취소되거나 연기가 불가피하며, 인구 100만 이상 도시에서 경쟁적으로 발주 준비 중이던 지하철 건설이나 제다-리야드 간 초고속 철도 건설 및 아랍권 철도 연결 등의 인프라 건설도 상당 기간 연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지난 5월 이후 사우디에서 발주 예정이던 대형 프로젝트 중 상당 부분은 취소됐거나 입찰이 연기되고 있다. 이미 입찰이 실시된 프로젝트들도 낙찰자 결정이 지연되는 등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저유가 추세와 관계없이 시급을 요하는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발주될 수 있으나 이 역시 규모의 축소나 재원조달방식 변경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저유가 상황과 관계없이 이미 정해진 계획에 따라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전력(발전소 및 송배전시설 건설), 천연가스전 개발 및 관련 시설 건설, 기타 의료ㆍ교육 인프라 건설 등이다. 사우디의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해볼 때 올해 발주가 예정됐던 프로젝트 중 예정대로 추진되는 것은 3780㎿급 타이바(Taiba) 발전소와 1800㎿ 규모의 카심(North Quassim)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로, 오는 11월 15일경에 입찰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당초 계획은 10월 18일이었으나 약 1개월 연기된 것으로, 사우디 전력청 발주공사다. 주기기 구매와 EPC(설계·조달·시공)를 포함한 기타 기자재 구매 입찰로 분리돼 발주될 예정이다.제다의 제4 담수화 플랜트도 12월 1일 입찰이 실시될 예정인데, 이 건 역시 당초 입찰일은 10월 4일이었다. 이 플랜트는 1일 30만㎥ 규모의 담수처리시설 건설로 역삼투압 방식으로 진행되며, 공사 규모는 약 5~6억 달러 수준이다. 올해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파드힐리(Fadhili) 발전소 건설 입찰은 11월 1일 실시돼 국내 2개사가 참여했다. 한편 제다 리야드구간 770㎞의 660㎸ 송전망 공사도 추진 중이며,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약 5억 달러선임. 아울러 북부지방인 타북(Tabuk)과 제다구간 857㎞, 500㎸ HVDC 송전망 연결공사도 올해 안에 발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실제 실행 여부는 미지수이다.2016년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발주 예정인 라스타누라 석유화학 플랜트가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나 최종 입찰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약 8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KOTRA는 "고유가 시기에도 우리 기업들이 저가 수주로 인해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된 프로젝트로 인해 천문학적 손실을 보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불황기의 프로젝트 수주에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문했다.특히 사우디 발주기관들이 분리발주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다 원천적 설계 기술이나 원가계산에 취약한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을 감안할 경우, 프로젝트의 내용을 감안하지 않고 규모 위주의 수주 전략을 고집한다면 이전의 대규모 손실사태를 재연할 수 있으므로 프로젝트의 참여 여부를 결정할 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양보다는 내실 위주의 수주 전략이 필요하며, 자체 경쟁력이 부족할 경우 관련 분야에서 우위에 있는 국제적인 기업들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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