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정현진 기자] "하나님께 더도말고, 덜도말고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손자가 이번 수능시험을 보거든요. 대학가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대학을 잘 가야 취업도 잘 되는거잖아요. 요새 새벽기도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눈에 띄는데, 아마 다 같은 마음일 겁니다."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이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의 합격기원 명당, 종교시설이 붐비고 있다. 시험을 앞둔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자녀가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간절함 바람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능점'을 전문으로 하는 점집들이 성행하는 등 웃지못할 촌극들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9일 오전 5시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의 한 교회 예배당. 소규모 예배실의 40석 남짓한 좌석은 수능을 앞둔 학부모 신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배당 앞에는 '수험생을 위해 기도해주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고3학생 11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손자가 이번에 수능을 치른다는 양모(71·여)씨는 "요새들어 평소 새벽기도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다 같은 마음 아니겠나"라며 "기도 시간마다 목사님이 수능 잘 치르게 해 달라는 기도도 해 주신다"고 말했다.이날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의 도선사(道詵寺)에도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신라 말기의 승려 도선대사가 조각했다는 마애불입상(磨崖佛立像) 앞에는 20여명의 신도들이 저마다 독경을 하거나 108배를 하면서 자녀들의 수능합격을 기원했다. 학부모 남모(50·여)씨는 "무엇보다 마음이 불안해서 시간 날 때마다 오게 된다"며 "큰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실력대로만 보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리고 있으니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처럼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는 신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헌금·예물도 평상시보다 많다는 것이 종교시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명동성당 관계자는 "수능 때가 되면 아무래도 성당을 찾아 기도드리는 분들이 많고, 특히 수능 당일 미사에 학부모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이렇다보니 미사 예물도 다른 때보다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인천의 한 교회에서 직분을 맡아 활동 중인 김모(48ㆍ여)씨도 "수능을 앞두면 100일 기도회, 특송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며 "시험이 끝나면 감사의 표시로 예물을 하는 신도들도 있다"고 말했다.한편 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는 '점(占)'으로 향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타로(TARO)카드점, 인터넷 점집 등으로 각종 철학관의 인기가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그나마 입시철은 평소에 비해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복채는 회당 대략 5만원~10만원 선. 부적 등을 쓰면 이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8학군'으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청담동 등 일대에는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점집들이 성업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역술인협회 관계자는 "역술도 하나의 학문이고 철학인데, 타인의 인생을 결정할 입시에 대해 쉽게 점치는 것은 넌센스"라며 "입시만을 전문으로 하는 점집이 생기는 현실이 바람직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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