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div class="break_mod">‘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무덤에 대한 관리도 소홀해질 수 있다. 벌초를 위해 산에 오르면 후손이 누구인지도 모를 방치된 무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채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면 무덤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 그러한 무연고 무덤을 활용해 돈벌이 수단에 나선 이들이 있다. 게다가 무덤을 무단으로 파헤쳐 유골을 아무 곳이나 뿌려 버렸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최근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지구 분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덕국제신도시 택지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구역 내에 있는 소유자 불명의 분묘(墳墓)를 무단 발굴한 뒤 분묘이전보상금을 가로챈 혐의로 브로커(마을 이장)와 장묘업자 등 10명이 기소된 사건이다.
사진=아시아경제 DB
검찰이 수사한 결과는 기막힌 내용을 담고 있다. 그들에게 무연고 무덤은 돈벌이 수단이었다. 마을 이장인 A씨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소유자 불명의 분묘 83기를 허위 연고자들의 선대조 분묘인 것처럼 가장해 보상금 2억6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가 됐다. 장묘업자 B씨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소유자 불명의 분묘 41기를 허위 연구자들의 선대조 분묘인 것처럼 가장해 보상금 1억3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가 됐다. 이들은 분묘이전보상금 지급 과정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시행자는 개발사업구역 내의 분묘 현황을 조사해 분묘마다 고유번호(묘번)를 지정한 후 분묘보상계획을 공고하게 된다. 분모 연고자는 사업시행자에게 ‘연고자 등록’을 하고 관할 읍·면·동사무소에 ‘개장신고’를 해 유골을 이장한 다음 이전보상금을 청구하게 된다. 문제는 행정기관이 분묘의 소유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고자가 수십년간 분묘를 관리했고, 제사를 했다는 신고서를 제출하면 사실상 별다른 심사 없이 ‘개장신고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신고절차가 마무리되면 사업시행자는 분묘이전보상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보상금은 분묘 1기당 320만원 정도로 조사됐다. 원래는 분묘이장을 위한 비용 등의 목적이지만, 엉뚱한 사람이 돈을 타낼 목적으로 무연고 무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은 마을 야산에 방치돼 있던 오래된 무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커와 장묘업자는 무연고 분묘에 대한 허위 ‘인우보증인’을 내세워 보상금을 신청한 다음 수령한 보상금을 분배하자고 마을 주민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을 주민들은 ‘인우증명서’를 첨부해 신고한 다음 무덤을 파헤쳐 유골은 아무 데나 뿌려서 버린 뒤 보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일이 해당 지역만의 특별한 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개발사업 과정에서 무덤을 이장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무덤 연고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한 뒤 이장하도록 돼 있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해 ‘무연고 무덤’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개발지구 내에서 무연고 분묘는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종중을 만들어 그 종중의 분묘인 것처럼 종중 회의록을 임의로 작성하고 보상금을 수령해 적발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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