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호텔신라. 국내 첫 5성급 호텔이란 명성에 어울리게 여전히 국내 고급호텔의 대명사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재미없는 주식이기도 했다. 1991년 3월 상장 이후 근 20년간을 1만원에서 2만원 사이를 오갈 뿐이었다. 그러던 호텔신라가 2010년 이부진 사장이 취임한 이후 뛰기 시작했다. 당시 2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불과 4년여 만에 14만원대까지 올랐고, 1조원 남짓이던 시가총액은 5조원대까지 치솟았다. 호텔신라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화룡정'점'(畵龍點'店':면세'점'으로 완성한다)= 호텔신라는 사명처럼 호텔사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1973년 5월. 삼성그룹 내 인력으로 구성된 호텔사업부 테스크포스(TF)팀이 현재 중앙일보 건물 3층에 첫 사무실을 꾸린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정부가 운영하던 영빈관이 수익 악화로 고전하자 삼성그룹이 이를 인수해 그 옆에 호텔 전관을 세운 것이 1979년이다. 그로부터 7년 뒤인 1986년 7월 호텔 안에 면세점을 개업했다. 최고급 호텔로 시작한 만큼 호텔신라의 주수입은 호텔의 숙박객들로부터 나왔다. 1990년대 후반까지 호텔사업부의 이익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1998년 말 기준 호텔사업부의 영업이익 비중은 70%에 육박했고, 면세사업부가 20% 수준을 담당했다. 호텔사업부 안에서도 객실수익 비중이 52.7%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텔 숙박업은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본래 호텔사업 자체가 지속적인 개보수를 필요로 하는데다,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직원교육과 유명셰프 영입 등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한 판관비 비중이 높은 구조다. 특히나 객실수익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은 특급호텔의 경우는 한계가 더 뚜렷했다. 증시에 상장된 지 20년간 호텔신라가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던 이유였다. 장기 정체의 틀을 깬 것은 면세점이었다. 이부진 사장이 취임후 면세점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비중이 늘던 면세사업부가 회사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2011년말 호텔사업부의 이익비중은 19.7%까지 쪼그라들었고, 면세사업부는 66.70%까지 늘어났다. 2010년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전세계 1700여개 공항 중 최초로 유치시키고, 2011년 김포공항 면세점과 2013년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면세점 사업부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덕분에 호텔신라는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김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출입국 수요의 구조적 증가 속 면세시장의 성장가치가 부각되는 가운데 주력을 호텔업에서 면세업으로 바꾸면서 나타난 성과들이 실적과 주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요우커의 등장= 2013년부터 면세사업부의 성장과 호텔사업부의 위축이라는 흐름이 더욱 굳어졌다. 호텔신라의 주 고객이었던 일본인 방한객이 경기침체와 엔화가치 하락으로 급감하면서 호텔사업부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2년까지 엔화강세로 넘쳐나던 일본인 방한객이 아베 신조 정권의 강력한 돈풀기(양적완화) 정책과 함께 급감하자 호텔사업부는 2012년 166억원 흑자에서 2013년 214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2014년에도 206억원의 적자행진을 지속했다. 반면 면세사업부는 일본 관광객의 자리를 대체한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덕에 대박이 터졌다. 국내 면세 사업 성장의 핵심인 요우커의 입국이 늘면서 면세점도 승승장구 했다. 요우커의 인기 쇼핑품목인 화장품에 대한 사업권을 확보하고 있는 호텔신라에게 요우커의 방한은 '노다지'였다. 현재 호텔신라는 면세사업부, 호텔사업부, 생활레저사업부 등 3개 사업부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비중은 각각 89.8%, 8.5%, 2.1%로, 면세사업부의 기여도가 9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실적 기여도는 수익성 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면세사업부는 지난해 14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체 영업이익의 107.2% 비중을 차지했다. 호텔사업부의 적자(206억원)를 면세사업부가 메워주는 구조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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