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은 과연 올해 7% 경제성장률과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편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3일(현지시간) 또 다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면서 이 두 가지 목표를 잡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부양 위한 원투펀치=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4일부터 기준금리가 되는 시중 은행의 1년 만기 정기 대출과 예금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내린다고 발표했다. 변경된 기준금리는 대출 4.35%, 예금 1.5%다. 인민은행은 은행 지급준비율도 기존 18.0%에서 17.5%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기 시작한 인민은행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번까지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나 낮췄다. 지급준비율도 이번까지 네 차례나 내렸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통화 완화 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발표된지 4일만에 이뤄졌다. 지난 3분기 GDP가 이번 기준금리@지급준비율 동시 인하의 단초가 된 셈이다. 중국의 3분기 GDP 증가율은 6.9%를 기록해 6년만에 7%선이 깨졌다. 3분기까지 누적 GDP 증가율도 6.9%에 그쳐 올해 중국 정부의 목표인 7% 경제성장률 달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원투펀치를 날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애론 콜리 투자전략가는 "이번 조치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 가능성이 다소 줄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예금금리 자율화= 시장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이번에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면서 시중 은행의 예금금리 상한선을 없애기로 한 것에 주목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를 결정하면서 만기 1년 이상 예금에 대한 수신금리 제한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아예 만기 조건 조차 없애버렸다. 모든 예금금리 상한을 없앤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조치로 인민은행이 금리 규제를 종식시키는 마지막 조치를 취했다고 평했다. 아울러 금리 자유화는 위안화가 IMF의 SDR에 편입되느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IMF는 위안화의 SDR 통화 바스켓 편입을 위해서는 중국의 금리와 위안화 환율 자유화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IMF는 내달 집행이사회를 통해 위안화 SDR 편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예금금리 자유화로 중국 은행 산업도 커다란 구조 변화에 직면, 진정한 시험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예금금리 자율화로 무리한 이자 지급 경쟁을 벌여 시중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민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중 상업은행들이 스스로 얼마의 이자를 지급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은행들 입장에서도 커다란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물론 인민은행은 창구지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日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잇달아= 중국의 적극적인 부양 조치로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유동성 확대 분위기가 우세해질 조짐이다. 유일하게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더욱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세계 경기 불안이다. 인민은행의 이번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추가 동시 인하는 중국 경기가 불안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민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처럼 드문 부양 조치를 다시 취하게 된 것은 실물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라며 "많은 기업들의 순이익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것이 이번 인하를 결정하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국 중앙은행)도 당장 오는 27~28일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중국의 경기 불안은 이번 FOMC에서도 뜨거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올해 12월 마지막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36%라고 전했다. 반면 내년 3월 FOMC나 그 이전에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될 확률이 60%로 더 높다고 전했다. 일본은행(BOJ·일본 중앙은행)도 오는 30일 통화정책회의를 진행한다. 일본의 경우 중국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공개된 일본의 9월 무역수지는 극심한 수출 부진으로 예상외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경기 둔화 탓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9월 무역수지 공개 후 BOJ가 추가 부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존 통화정책 유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12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통화정책 확대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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