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勞鬪 3인방, 2015년에 나란히 임금투쟁

현대차·현대중공업·금호타이어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1987년은 노동자대투쟁의 해로 불린다. 7월부터 9월까지 전국적으로 파업이 벌어졌다. 2개월간 전국에서 3000여건 이상의 노동쟁의가 발생했고 이 투쟁을 계기로 국내에 노동조합 조직화가 급속히 이뤄졌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설립된 것도 1987년이다. 이후 노사분규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주요 사업장에서는 매년 극심한 진통을 겪어왔다. 당시 현대차·현대중공업과 금호타이어는 영호남의 대표적 격전지였다. 화염병이 날아들고 너트 대포가 등장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경우 1988년부터 다음해까지 지속된 128일 파업과 1990년 100여명이 82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가 10여일간 농성을 벌인 골리앗 크레인 점거 농성 등이 대표적인 투쟁사례로 꼽힌다. 28년이 지난 2015년. 공교롭게도 이들 대표적 격전 사업장이 파업을 거듭하고 있다. 당시와 투쟁의 성격은 변했으나 무리한 파업에 따른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여전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과거 과격한 투쟁의 대명사로 통했던 현대중공업은 이후 상생의 노사관계를 지속하며 19년 무분규 기록을 이어왔으나 강성노조가 들어서며 지난해 20년만에 파업사태를 맞았고, 올해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창사 이래 최장기 파업 기록을 세웠다. 8월부터 시작된 전면파업이 39일 동안 이어졌고 이에 사측은 직장폐쇄로 대응하는 등 노사 갈등이 극에 달했다. 현대차는 4년 연속 파업을 하며 2012년 이후 4년 연속 노사분규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처럼 과거 강성노조로 손꼽히던 사업장에서 연이어 파업이 이어지며 과거로의 회귀가 우려되기도 하지만 이전과는 투쟁의 성격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과거의 농성은 노동자의 권익과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었다면 현재는 귀족노조의 이기주의에 따른 파업으로 그 성격이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파업이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배고픈 파업'이었다면 최근의 파업은 '배부른 파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고임금으로 대표적인 귀족노조로 꼽힌다. 현대차의 평균 연봉은 9700만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며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나 폭스바겐보다 높다. 현대중공업은 회사가 적자에 허덕이는데도 노조는 회사의 자산과 보유주식을 팔아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39일에 달하는 최장기 파업으로 매출손실이 1500억원에 이르는데도 노조는 파업에 따른 무노동 무임금 손실액을 보전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는 과거에 비해 훨씬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엔저 등 환율 영향으로도 수출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파업까지 더해질 경우 경쟁력 약화가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자 인권이 유린됐던 1987년 당시의 노동자대투쟁은 근로자들의 권익을 높이고 임금을 올리는 단초가 됐다"며 "하지만 최근 노조의 요구는 회사의 어려움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의 배만 채우겠다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에도 기업들이 생산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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