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2기 신도시 최고, 판교냐 위례냐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판교신도시가 가진 상징성은 크다. 2기 신도시의 간판급으로서 2000년대 중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쥐고 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됐던 판교신도시가 오히려 집값 폭등의 진앙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 분양이 임박했던 2005년 초 판교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분당의 대형 아파트값이 몇주일만에 최고 1억원까지 치솟았고, 용인과 과천 등 주변 집값도 덩달아 상승했다. 2002년 말 로또복권이 첫 선을 보이면서 직장인 두세명이 모이면 로또 얘기를 한다고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2005년 전후로는 달라졌다. 모이면 판교 얘기였다. 복권에 비하면 확률 면에서 비교적 현실적인데다 복권처럼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가 부풀었다. 성남지역 무주택 가구주의 청약통장이 5000만원 넘는 가격에 암거래되기도 했다.당시는 부동산 광풍의 시대였다. 국민은행 부동산통계를 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2003년 한 해동안 22%나 급등했다. 사람들은 그 정점에 판교가 있다고 여겼다. 분양이 한 차례 미뤄지면서 2006년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판교신도시 동시분양에는 1차 46만7000명, 2차 15만명 등 모두 62만명가량의 청약자가 몰려들었다. 청약신청금은 10조원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당첨자는 1만6200명으로 40명 중 한 명꼴에 불과했다. 특히 풍성주택 신미주 아파트의 경우 2073대1이라는 전무후무한 경쟁률을 보였고, 현대건설이 공급한 휴먼시아 아파트도 1096대1을 기록했다.

판교신도시 전경

이후에 실제 판교신도시 분양권 프리미엄이 최고 5억원까지 치솟으면서 '판교 로또'라는 말은 입증됐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뽑은 '2006년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판교 아파트'가 선정되기도 했다. 판교발 부동산 열풍에 힘입어 강남구 아파트값은 2005년 18.8% 올랐고, 이듬해에는 27.7%라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판교 로또'에 실패한 이들이 주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영향이 컸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국내 부동산 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수도권에서 판교와 같은 청약 열기는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랜만에 바통을 이은 것이 바로 위례신도시다. 지난 6월 메르스 확산의 공포가 절정인 상황에서도 대우건설의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161대1의 '잭팟'이 터진 것이다. 430가구 모집에 7만명에 육박하는 청약자가 몰렸다. 지난해 '위례자이'의 경쟁률(139대1)과 청약자 수(6만2670명)를 뛰어넘은 것으로 판교 이후 9년만에 수도권 최고 기록이었다. 1기 신도시의 대표주자가 분당과 일산이라면, 2기 신도시들 중에서는 판교와 위례가 쌍두마차라 할 만하다.이달 기준으로 부동산114 시세 조사 결과를 보면, 판교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2311만원으로 위례 1915만원보다 앞선다. 하지만 가구당 평균 매매 가격은 판교 8억1829만원, 위례 8억1823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주요 단지별로 보면 판교의 백현마을1단지 푸르지오그랑빌 전용면적 104㎡의 매매 시세는 11억2500만원으로 분양가 6억2550만원에 비해 5억원가량 높다. 백현마을 9단지 101㎡는 분양가가 5억23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8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봇들마을 8단지 101㎡의 시세는 10억7500만원에 이른다. 판교원마을 101㎡은 7억9500만~8억7500만원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위례는 2005년에 입지가 정해졌지만 해당 부지 내 군부대 이전 등 문제로 개발 속도가 더뎠다. 지난 1월 입주한 송파푸르지오를 놓고 보면 106~108㎡가 8억1000만원으로 분양가보다 4000만~5000만원가량 올랐다. 111~113㎡는 8억5000만원가량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단지에 따라 판교 아파트값이 다소 비싼 곳도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셈이다.분양권 시세를 보면 곧 입주 예정인 판교 알파리움 123㎡가 10억8620만~11억3620만원에 이른다. 2년 전 9억3620만원이었던 분양가에 비해 최고 2억원까지 웃돈이 붙은 셈이다. 같은 아파트 142㎡는 분양가 10억9340만원이었던 분양권이 12억9340만~13억9340만원에 거래된다. 최고 3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판교 로또'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위례도 만만치 않다. 장지동 위례아이파크1차 분양권 시세를 보면 87㎡가 7억500만~7억2500만원, 108㎡ 8억4000만~8억6000만원, 114㎡ 8억8610만~9억610만원이다. 분양가에 비해 1억원 안팎의 웃돈이 붙었다. 수도권에서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는 강남과의 접근성이다. 그런 면에서 두 곳 신도시의 가장 큰 장점은 탁월한 입지다.판교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10㎞ 정도, 잠실과는 5㎞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10분 정도 지나면 닿을 수 있다.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역에서 판교역까지 15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 외곽순환고속도로, 분당~수서간 도시고속도로 등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내년 개통 예정인 성남~여주복선전철 사업의 수혜를 받을 수 있고, 지하철 8호선 연장과 판교 트램(일반 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달리는 노면 전차)도 개발 중이다.

위례신도시 전경

위례는 아예 강남권인 송파구를 일부 포함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한강을 경계로 광진구와, 서쪽으로는 탄천을 경계로 강남구와 인접하고 있다. 2021년에는 강남권과 연결되는 위례신사선 경전철 개통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가락시장역(3ㆍ8호선), 학여울역(3호선), 삼성역(2호선), 봉은사역(9호선), 청담역(7호선), 신사역(3호선ㆍ신분당선)과 연계된다. 또 판교와 마찬가지로 트램이 운행될 예정이다. 덩치는 판교가 더 크지만 밀도는 위례가 높다. 판교가 그만큼 더 쾌적한 환경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판교 사업면적은 892만m²이며 2만9300가구 규모다. 반면 위례는 677만㎡으로 면적은 작은데도 4만4000가구 규모에 달한다. 판교의 용적률은 160%이며 녹지율은 36%, 인구밀도는 ㏊당 69.4명으로 2기 신도시 중 가장 낮고 일산과 분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위례는 용적률 200%, 녹지율 22%, 인구밀도 ㏊당 160여명 수준이다. ㏊당 200명 수준인 분당보다는 낮은 편이다. 위례가 조밀하게 개발된다기보다는 판교가 그만큼 초저밀도로 조성된 것이다. 위례의 특징 중 하나는 '트랜짓몰'과 '휴먼링'이다. 서울 송파구와 성남시, 하남시 등 3개 지방자치단체가 만나는 경계 지점에 커뮤니티 공간인 '트랜짓몰(Transit Mall)'이 배치된다. 중심부를 통과하는 신교통수단과 연계된 복합시설로 유통시설과 문화ㆍ예술 테마광장으로 꾸며진다. 중심지구 둘레에 사람이 중심되는 보행네트워크가 휴먼링이 만들어진다. 식재를 통해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고 모든 단지에서 10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4.4㎞ 길이의 순환형 가로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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