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희기자
노상호 작가가 자신의 대형그림을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의 조각 그림으로 잘라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대형 벽화를 조각내 판매하는 10만원대 그림, 1인 영화관에서 만나는 1000원짜리 10분 영화, 퍼포먼스에 사용된 오브제나 영상작품의 음악을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 파는 음반, 맥주병으로 만든 야자수….20~30대 젊은 작가들의 유쾌한 '미술장터'가 열렸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센터 지하1~2층 예인홀에 마련된 '굿-즈 2015'라는 행사다. 지난 14일 시작했고 오는 18일까지 계속된다. 현대미술에서 파생된 다양한 장르와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장터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기존에 생활용품이나 공산품에 작품 이미지만 덧칠한 아트상품과 다르다. 영상과 퍼포먼스의 경우에도,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속 매체를 통해 무료로 소비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던 것을 다채로운 상품으로 관객들과 연결하려는 여러 방식들이 고안됐다. 특히 작가들이 직접 나서서 판매자로 등장하는 경우도 드문 예다. 이번 행사를 위한 기획은 지난 1월에 시작됐다. 최근 2년 동안 활발하게 만들어진 서울시내 신생미술공간에서 활동하는 열다섯 팀과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작가 다섯 명이 모였다. 그리고 주로 20~30대 중심으로 또래 작가들을 더 불러 모아 모두 80명에 이르는 작가(팀)의 작업들을 선보였다.작가들이 직접 여는 '직거래 미술장터-굿즈' 입구 모습
신생미술공간은 젊은 작가들이 화랑 전시에서 벗어나 보다 다각적이고 신선한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비슷한 또래 작가와 합심해 구성한 아지트와 같다. 8~9평짜리 작업실 겸 전시공간이기도 하다. 대부분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 공간을 공유한다. '괄호', '교역소', '굿즈', '아카이브봄', '공간사일삼', '커먼센터' 등이 대표적이다.미술장터의 기획을 맡은 작가 김영수씨(32)는 "젊은 작가들이 미술시장 주류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또한 현대미술의 시각매체는 단순히 회화나 조각 뿐 아니라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데 여전히 회화와 같은 전통장르가 시장을 점유하는 형편"이라며 "작가들 스스로 작품을 판매하는 데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이번 행사를 만들었다"고 했다.김영수 씨가 활동 중인 공간 '교역소'는 서울 중랑구 상봉역 인근 50년이 넘은 낡은 상가건물 2층에 있다. 지난해 11월 기획자 두 명과 함께 입주했다. 퍼포먼스를 주로 만드는 이 교역소 팀은 비정기적으로 공연, 전시와 세미나 등 행사를 연다. 아직 무료로 진행한다. 김씨는 "하루에 관객이 150~300명 모일 만큼 퍼포먼스 공연이 상상 이상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우리 작업이 빠르게 알려질 수 있었다. 상봉동은 도심과도 멀지만, 인터넷베이스 지도로 관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김영수 씨의 말처럼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은 화랑에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해 수익을 내고,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일이 예전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작업에 대한 지출 비용도 최소화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인터넷을 통한 홍보와 판매에 관심이 많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