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태양의 서커스 '퀴담'

조의 아빠, 조, 조의 엄마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이런 걸까? 태양의 서커스 '퀴담'이 8년 만에 돌아와 한국 관객을 홀린다. 봉춘 서커스의 향수를 떠올리던 노년 신사와 숙제를 미루고 나온 어린 관객, 일상에 치인 직장인과 주부는 퀴담이 이끈 동화 나라로 '푹' 하고 빠진다.무대는 고깔 모양의 빅탑 텐트. 객석을 채운 관객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2030 여성이 주요 타겟인 국내 공연계에서 '퀴담'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귀한 무대다.퀴담 속에는 놀라움을 자아내는 '스킬'과 감동을 품은 '스토리'가 함께 담긴다.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을 보내는 어린 소녀 '조', 무정하고 무관심한 부모를 뒤로하고 공허함을 이기려 환상의 세계 '퀴담'에 들어간다. 이야기는 핸드밸런싱, 디아볼로, 밴퀸 등 곡예와 교차되어 무대에 오른다. 장면전환은 이음새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관객은 한숨을 내쉬거나 한눈을 팔기도 어렵다.

에어리얼 컨톨션 인 실크

가장 먼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무대는 '저먼휠'. 아티스트는 철로 된 바퀴살에 올라타 공중제비와 곡예를 한다. 중력을 이기고 발이 땅이 아닌 하늘을 가리킬 때 관객의 탄식이 가장 강하게 터진다. '스키핑 로프'는 줄넘기를 재료로 춤과 묘기를 펼치는 순서다. 아티스트 스무 명이 무대에 올라 리듬감과 협동심을 뽐낸다. 한 번에 여러 줄을 통과하거나 X모양으로 이단, 삼단 줄넘기를 뛴다. '에어리얼 컨톨션 인 실크'. 매혹적인 여자 아티스트 한 명이 공중에 매달린 빨간 천 하나에 의지해 춤을 춘다. 몸에 감긴 천을 풀며 수직 하강할 때 아찔함이 극에 달한다.퀴담이 더욱 특별한 건 관객과 마음을 주고받으려는 노력 덕분이다. 크라운 시네마는 관객 참여형 코너다. 서커스 안내자 조는 아가씨, 아저씨, 할아버지 관객을 무대로 불러 모으는데 이들은 감독 흉내를 내는 광대의 지시에 맞춰 연기를 한다. 광대의 익살과 배우가 된 관객의 적극성에 작은 원형 무대는 객석과 하나가 된다.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서커스는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온다.11월1일까지 계속되는 퀴담은 이번 월드 투어를 끝으로 20년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때때로 실수가 나오기도 하지만 작은 틈을 만회하려는 아티스트들의 진정성은 한층 더 깊은 감동과 감탄을 자아낸다.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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