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높은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모두의 책임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25.1대 1. 지방직 7급 공무원시험 공채 평균 경쟁률이다. 모집 정원은 268명이다. 3만여명이 응시했다. 작년보다 응시 인원은 7000여명 늘었다. 대신 모집 인원도 63명 늘었다. 덕분에 올해 경쟁률이 작년(127.1대 1)보다 낮다. 그래도 경기도 경쟁률은 263.4대 1이다. 경쟁률이 가장 낮은 강원도가 49대 1이다. 경기도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공무원시험에 취업준비생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실업률이 가장 큰 이유일 게다. 기업은 일자리가 줄게 돼 있다. 생산성 때문이다. 그게 경쟁력이다. 생산성을 높이면 일자리는 준다. 대신 새로운 시장에서 일자리가 생긴다. 새로운 시장인 만큼 청년 고용이 는다. 1990년대 금융업이, 2000년대 정보기술(IT)이 그러했다. 그러나 더는 새로운 시장이 없다. 일자리 만들기가 한계에 부딪혔다. 대신 일자리 나누기가 대안이다. 지금 노동개혁-임금 피크제가 바로 일자리 나누기다.이것으로 공무원시험의 인기를 설명할 수 없다. 시험은 준비가 필요하다.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다 내일 당장 시험을 볼 수 없다. 공무원시험의 높은 경쟁률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먼저, 취업 준비생의 관점이다. 공무원시험은 나라가 관리한다. 그래서 믿을 수 있다. 인사 청탁이 껴들 틈이 없다. 그리고 차별이 없다. 지방대 출신이건, 명문대 출신이건 기회는 똑같다. 결과도 깔끔하다. 가령 70점은 합격, 69.9점은 불합격이다. 대기업도 저마다 시험이 있다. 직무적성 또는 인적성 검사 시험을 치른다. '입사 고시'라고들 한다. 취업자는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다. 자기소개서에 '나는 신림동에서 꿈을 키웠고' 또는 '나는 신촌에서 동아리를 했고'라고 쓰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다. 얼마 전에도 입사 비리에 대한 보도를 접했다. 어찌됐던 대기업 입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공무원시험은 깔끔하다.지방대생의 대기업 취업 노력은 눈물겹다.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한다. 학원도 다닌다. 그러나 요즘 소위 말하는 스펙을 쓰는 난이 없어졌다. 고민이 더 깊어졌다. 밀리는 학벌을 만회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기댈 언덕은 자격증이었다. 더 답답하다. 아니 더 불안하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무원시험의 유혹을 버리기 어렵다. 결과를 수긍할 수 있다. 떨어지면 오로지 내 탓이다.부모의 관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대학생의 부모들은 60년대생이다. 이들의 부모는 전쟁을 겪었다. 힘들고 헐벗었던 '고통의 세대'다. 내 자식만은 그러지 말길 원했다. 이들의 자식이 자라서 요즘 청년들의 부모가 됐다. 심한 부침을 경험했다. 경제의 호황과 불황이 반복됐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혹독했다. 구조조정의 무서움도 경험했다. 그래서 우린 조상부터 안정적인 직업을 자식에게 추천했다. 공무원이 최고라는 인식은 요즘도 변함없다. 그런 탓에 대학교 1학년부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곤 한다. 입시부터 시험에 유리한 과를 선택한다. 이들에게 대학 졸업장은 그냥 종이에 불과하다. 대학 교육이 겉도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로 눈을 돌려 보자. 지자체도 일자리 만들기에 몰두한다. 국가경제 침체가 뚜렷하다. 뾰족한 수가 없다. 이것저것 만들어 본다. 지역축제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축제는 감기 걸리면 맞는 주사 정도다. 주사를 맞는다고 감기는 낫지 않는다. 그러니 축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중소기업 취업이 답이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만성이 됐다. 그렇다고 국가 차원의 취업 정책은 한계가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중앙정부보다 지자체가 잘 듣고 있다. 그리고 지역마다 산업이 다르다. 필요한 인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취업자의 임금, 주거 환경도 차이가 있다. 취업 지원은 지자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 산업 특성에 맞는 틈새시장을 찾고 취업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직장과 거리를 고려해 교통, 주거 등 지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세심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10월17일은 지방직 7급 공무원시험 날이다. 수험생들의 건투를 빈다.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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