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div class="break_mod">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삶의 길은 언제나 평탄할 수는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굴곡을 경험한다.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경험할 때도 있다. 특히 도움의 손길을 구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은 그러한 상황을 통해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게 관심이다. 주변의 도움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심, 정부와 공공기관의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때로는 그러한 관심이 절망의 늪에 빠진 이들의 삶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A(16·여)양은 지난 1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을 경험했다. 여고생인 A양은 어머니가 칼로 찔려 사망하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봐야 했다. A양 어머니는 B씨와 재혼을 한 관계였다. B씨는 A양 어머니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며 부부싸움을 하다 칼로 찔러 A양 어머니를 살해했다. A양도 현장에 함께 있다가 손가락을 칼로 찔려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B씨는 사건을 저지른 뒤 도피하던 중 자살했다. 결국 A양은 친모와 양부를 모두 잃은 셈이다. A양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인 미성년자인 C(8)군이 곁에 있었다. 하지만 A양은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인천지검에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부평구청, 부평경찰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A양과 C군에 대한 치료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의료원은 A양과 C군에 대한 심리치료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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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률구조공단은 A양의 외삼촌을 후견인으로 선정해 법률적 지원에 나섰다. 인천지검은 치료비 60여만원 전액과 심리치료비 60여만원, 생계비 150만원, 학자금 300만원, 장례비 300만원 등 800여만원을 지원했다. 인천지검은 지난 6월 범죄피해구조심의회를 열고 유족구조금 7300만원을 지급했다. 이러한 조치는 A양의 딱한 사정을 동정해서 이뤄진 즉흥적인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의 테두리에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 도움의 손길이었다. A양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범죄 피해를 입은 이들을 지원하고자 대검찰청(강력부장 변찬우)은 ‘범죄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업무처리지침’을 제정해 지난 1월부터 시행했다. 검찰은 생명·신체에 대한 범죄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5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할 경우 치료비를 지원하고, 범죄 피해로 생계가 곤란해진 경우에는 생계비 학자금 장례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을 하는 것이기에 모두가 혜택을 누리기는 어렵다. 다만 A양 사례처럼 꼭 필요한 이들에게는 검찰이 지원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1월부터 7월까지 범죄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금은 12억6398만원에 이른다. 치료비 187건, 심리치료비 46건, 생계비 121건, 학자금 47건, 장례비 84건 등을 지원했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정이 메말라간다고 하지만 아직은 온정의 손길이 남아 있다. 공공기관들도 그러한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A양은 적지 않은 금액의 금전적인 지원도 큰 도움이 됐지만, 세상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 더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A양은 자신을 도와준 인천지검 실무자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감사 편지를 보냈다. “앞으로 학교는 어떻게 다녀야 하고 집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이것저것 고민이 많았어요.…많이 막막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게 돼서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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