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뱅뮤지엄 2층 명예의 전당
그레뱅뮤지엄 4층 한국의 위인들(왼쪽부터 신사임당, 이순신장군,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외국계 회사의 밀랍인형 전시장이 서울에 개관한다는 소식은 지난해 말부터 여러 논란을 낳았다. '그레뱅 뮤지엄'이 향후 관광객 유치나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지, 1938년에 지은 근대유산이자 등록문화재 건물에 이 같은 전시장이 들어서도 괜찮은지 등등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6일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손해 보는 장사'라고 주장했다. 당시 시의회는 사무실로 사용되던 서울시청 을지로 별관 건물을 '그레뱅 뮤지엄'에 임대하기 위해 별관에 있던 다섯 개 부서를 무교동에 있는 한 빌딩으로 옮기면 연간 임대료로 24억8900만원을 지불해야 하므로 손실이 10억원이나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액수는 서울시가 '그레뱅 뮤지엄'에 연간 임대료로 받기로 한 14억4500만원과 무교동 빌딩에 서울시가 내야하는 임대료에 근거해 계산한 수치다. '그레뱅 뮤지엄'에서 발생하는 입장 수익은 그레뱅 파리 본사와 그레뱅 코리아가 8:2로 나누게 돼 있다. 서울시 몫은 없다. 이에 대해 김용관 그레뱅 코리아 대표는 "건물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임대료 조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와 그레뱅의 뮤지엄 건물임대 계약 기간은 앞으로 20년이다. 그레뱅 측이 뮤지엄 건립에 쓴 리모델링 비용은 30~40억원, 투자비용은 190억원 규모다. 서울시는 '그레뱅 뮤지엄'이 앞으로 서울의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전시물 중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시진핑, 성룡, 이소룡과 함께 싸이, 김수현, 이민호, 장근석 등 한류스타 밀랍인형이 많아 중국 관광객이 주목하리라는 것이다. 개관 전부터 중국 주요 여행사, 인바운드 여행업체, 중화권 한류 팬클럽, 파워블로거 등 팸투어 참여 인원 만도 500명이 넘게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김용관 그레뱅 코리아 대표도 "뮤지엄 관람객 목표치를 연 60만명으로 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절반씩 잡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지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또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현재 30명 이상이 뮤지엄 직원으로 채용됐다. 단순 직종이 아니라 인형을 유지 보수하는 인력들이다. 그레뱅사(社)의 중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문화산업과 박물관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현재 '그레뱅 뮤지엄'이 들어선 곳은 서울시 등록문화재 238호(2006년)로 지정된 근대건축유산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38년 준공돼 미쓰이물산 경성지점으로 사용되다 광복 후 미문화원으로 바뀌었다. 1985년 미국문화원점거시위를 통해 광주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규탄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 건물은 미국과의 재산교환계약으로 1990년 이후 서울시 소유가 됐고, 을지로 일대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근대 건축물 중 하나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이란 점에서 '그레뱅 뮤지엄' 입점은 정서적으로 탐탁지 않은 구석이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을지로 별관 사무실 공간으로는 적절치 않았고, 건물의 보존ㆍ활용 방법에 대한 논의를 2년 동안 일곱 차례 시 문화재자문위원회에서 진행하면서 뮤지엄(박물관 또는 미술관)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을 지었다"며 "또한 서울시에 그레뱅처럼 제안해 온 곳은 없었다. 우리도 그레뱅 본사를 찾아 정보를 수집해왔고, 경쟁력 있는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했다.
문화레저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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