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최근 한국은행은 월세주거비와 관련해 의미있는 조사 자료를 내놨다. 저금리 여파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증가하는 월세 부담액에 비례해 얼마나 소비가 줄어드는지를 분석한 내용이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경기가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월셋값 상승과 급속한 월세화 현상이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월세 주거비가 10% 오르면 국내 전체 가구 소비는 0.2% 줄어든다.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율은 0.9%로 평균보다 4.5배 더 높았다. 월세가 오르면 집주인들의 소득은 늘어난다. 결국 월세 상승은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집주인들이 늘어난 소득만큼 돈을 쓴다면 전체 소비는 줄지 않겠지만 그들이 거둬들인 돈은 저축으로 쌓였다. 한국은행은 월세가 1% 오를 때 소득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 간의 소득 격차는 0.5%가량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셋값은 평균 2.80%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3.83% 올랐다. 상승률을 구할 때 임대차 거래가 안 된 표본 가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수치상 상승률과 달리 실제 피부로 체감하는 상승 폭은 훨씬 크다. 시장에서 월셋값은 전셋값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전셋값이 오르는 만큼 월세 부담도 커진다는 뜻이다. 정부에서도 급격한 월세화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러 차례 전세의 월세전환 속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유 장관은 "월세 가속화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 3월 취임 때도 "전월세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돼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부담이 증가하는 문제는 중장기 대책뿐 아니라 단기적 보완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 취임 이후 넉 달이 지났지만 급속한 월세화에 대한 대책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서민이나 젊은 층을 급속한 월세화 유탄의 최대 피해자로 봤다. 김혜현 센츄리21코리아 실장은 "젊은 층이 대부분인 도심 1~2인 가구 임차인의 70~80%는 월세 거주자로 봐야 한다"며 "미래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 아파트가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것은 중산층이 감내할 수 있겠지만 서민 주택으로 분류하는 비아파트(다세대ㆍ다가구 등)의 급격한 월세화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국토부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은 순수월세 제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2%다. 2011년 상반기(32.5%)보다 10.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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