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어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1년여간의 진통 끝에 이뤄낸 이번 합의로 두 은행 간의 합병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목표대로라면 오는 9월 자산(290조원) 기준 국내 1위의 메가뱅크가 새로 출범하게 된다. 우리는 두 은행의 합병이 대형 통합은행으로서의 도약은 물론 국내 은행권 전체가 거듭나는 데 새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먼저, 이번 협상은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결국 타결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평가를 할 만하다. 통합이 늦어질수록 외환은행의 경영악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던 듯하지만 그럼에도 공생과 미래를 위해 양보하고 합의한 건 높이 사 줄 일이다. 두 은행의 통합법인이 출범하면 국내 은행 중 이른바 '2약'이었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일약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물리적 대형화는 경쟁력 강화의 필요조건의 하나는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못 된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1등이 아닌 일류화"라고 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말에 통합은행이 추구해야 할 미래가 제시돼 있는 듯하다. 통합은행 앞에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올리면서 선진금융기법으로 무장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져 있다. 프라이빗뱅킹(PB) 등 소매영업에 특화된 하나은행의 강점과 기업금융ㆍ외환에 강한 외환은행의 강점을 더욱 살려야 할 것이다. 특히 김 회장이 밝힌 대로 글로벌 부문에서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두 은행 합병으로 국내 은행 최대인 24개국, 127개의 지점을 갖추게 되는데 촘촘한 망과 포트폴리오를 서로 결합해 좋은 성공사례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두 은행의 합병 실험이 국내 은행들에 좋은 자극제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도 크다. 국내 은행들은 최근 악화된 경영여건으로 고전하고 있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나 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총자산순이익률(ROA)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은행들이 총자산을 늘리며 외형을 키워 왔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더 악화되는 추세다. 통합은행은 국내 은행들이 덩치 키우기를 넘어서 영업과 경영의 다각화ㆍ고도화를 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 그러려면 통합작업부터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태생 배경이나 성장환경이 서로 다른 두 은행이 물리적 통합 이상의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어제 밝힌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합의정신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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