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잇달아 인하되면서 자신의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은행에 이를 문의했다가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된다고 한다. 대출금리가 오히려 상승세이며 내려줄 여지가 없다는 답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내렸는데 시중 대출금리는 거꾸로 상승하는 '역행'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5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3.27%로 전달보다 0.31%포인트나 올랐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1%대로 떨어졌지만 예금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3%대로 반등한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도 올리거나 내리더라도 기준금리 인하 폭에 비해 매우 소폭에 그치고 있다. 반면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하락세를 이어갔다. 5월에 대출금리가 상승한 것에는 물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3~4월에 평균대출금리를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안심전환대출이 종료된 탓도 있고 채무자들의 부채상환능력 약화에 따라 은행채 금리가 반등한 것도 한 원인이다. 그럼에도 금융기관이 금리인하 기조를 적극적으로 대출금리 조정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은행 측은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을 선반영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될 때에도 이를 미리 반영해 금리를 낮추었는가. 소비자의 이익을 외면한 이기적 영업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인하는 경제주체들에게 일종의 신호를 보내는 효과가 크다. 즉 돈을 싸게 이용해 경제활동을 더욱 활발히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의 흐름과 반대로 움직인다면 금리인하 효과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이 같은 불합리한 금리 역주행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 금리인하 여지가 없다는 은행 측의 항변에도 근거가 없진 않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경기회복으로 얻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할 역할이 있다. 금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어 금융감독당국이 개입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율을 해치는 식이 아닌 시장이 '공정하게' 움직이도록 조건을 만드는 데 금융감독당국이 할 일이 없진 않을 것이다. 금리인하가 '정책 따로, 현장 따로'가 되지 않도록 면밀히 살펴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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