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일단 진정세…일상으로 돌아가는 시민들
▲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일가족
-지하철 한칸 마스크족 3~4명 뿐, 놀이공원에 입장객 다시 늘어-"불안심리 만성화된 탓도" 명동거리 외국인 인파는 적어[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서울 잠실의 한 놀이공원 입구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22일 오후 4시, 대부분 업무시간이 한창인 때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언뜻 이상한 느낌마저 들었다.공원 안 놀이기구 앞은 더했다. 기구를 타려고 대기하는 시간만 기본 한 시간 이상이었다. 기다리는 인파 중에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공포가 한풀 사그라든 도심의 표정이었다.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도시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입장객 표를 검사하던 놀이공원 직원은 "지난주만 해도 별로 손님이 없었는데, 오늘은 너무 많이 몰려서 오후 4시에 입장해야 하는 오후권 손님들을 10분 일찍 입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도 변화가 느껴진다. 우선 노인층 이용자들이 늘어났다. 지하철 1~4호선을 관할하는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로무임승차 인원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10%대를 기록했다. 이달 초ㆍ중순만 해도 전년 대비 경로무임승차 인원 감소율이 최고 26%까지 치솟았다. 마스크를 쓴 승객도 크게 줄었다. 137번 확진자가 출ㆍ퇴근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지하철에 탈 때만이라도 마스크를 쓴다"는 사람들이 많았던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하지만 22일 오후 노량진~용산 구간 1호선에서는 지하철 한 칸당 마스크로 호흡기를 가린 승객은 많아야 서너명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사재기해둔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었다. 최모(남ㆍ42)씨는 "메르스 때문에 30만원어치 사놨는데 이제 달라는 사람이 없다"며 "반값에 팔겠다고 글을 올려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동과 동대문 등 대표적 쇼핑거리에서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은 여전히 드물었다. 빈 자리를 빠른 속도로 내국인이 채우며 인파는 적잖았다. 명동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지난주보다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거의 한국 손님이지 중국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해 온 이들은 언제까지 메르스로 생계를 위협받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대문에서 만난 관광버스 운전기사 박모(남ㆍ45)씨는 "지난 6일 마지막으로 일을 했다"며 "이곳에 있는 관광버스들이 대부분 2주간 휴업상태"라고 전했다. 시민들 다수는 정부의 발표대로 '메르스 진정기'임을 확신하지는 못한 듯 했다. 한 시민은 "메르스 확진자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는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서 만성화된 탓도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 아이는 학교갈 때 마스크를 꼭 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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