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했다' vs '편법이다', 삼성-엘리엇 향후 쟁점은

삼성 서초사옥 전경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두 번째 소송에 나서며 장기전에 들어갔다. 종전 논란의 핵심이 합병비율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소송과 관련한 각종 세부 사안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엘리엇 "합병기준가액 산정시 할증 없었다"…배임 주장=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정했다며 양사의 합병가액을 공시를 통해 밝혔다.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은 15만9294원,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은 5만5767원이다. 삼성 측은 '법대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봤을 때 합병가액 산정 시 삼성물산의 가격은 주가로 계산한 후에도 10%까지 올릴 수 있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합병의 요건·방법 등) 제1호에 따르면 계열회사 간 합병 시 주가에 따라 가액을 산정한 후 100분의 10 범위에서 할인 또는 할증할 수 있다. 삼성물산의 가격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상태로 합병이 된다고 경영진이 판단했을 경우 이 법에 따라 가격을 좀 더 올려 제일모직과 합병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엘리엇이 문제를 삼고 최고경영자(CEO)의 배임이슈를 거론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우선주가 발행되지 않은 상태인데 우선주가치가 보통주와 똑같이 산정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주 주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보통주와 우선주 가치를 똑같이 설정한 점 등을 놓고 법적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합병 기준가액 결정 시 할증, 할인 여부는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고 우선주의 가치를 보통주와 똑같이 산정한 것 역시 법적인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 "주주들이 이에 반대한다면 이는 주총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은 편법?=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에도 가처분소송을 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각해 추가 의결권을 확보한 사례들은 삼성물산 외에도 많다. 삼성 측에 긍정적인 판례도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자사주를 우호주주에 매각했을 당시 경영진의 행위를 주주의 이익과 직접 충돌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례가 있다. 반면 부정적 판례도 있다. 모든 주주의 재산인 회사 자산을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처분할 경우 대주주의 권리남용으로 소주주의 이익을 해할 수 있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요지의 판례였다. 하지만 해당 판례의 경우 주식의 본질적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대주주에게만 자사주를 매각해 부당이득을 제공했다는 판결이었던 만큼 이번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과는 상황이 다르다. 삼성물산이 처분하는 자사주 전량은 지난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지난 10일 종가는 7만5000원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한 매수청구가격인 5만7000원을 크게 뛰어넘어 특정인에 부당이득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 ◆향후 치열한 법적 공방, 예상 시나리오는?= 양측이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엘리엇의 추가 소송도 예상된다. 엘리엇을 비롯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전략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법적 소송과 주주로서 적극적인 경영 개입을 통해 이슈를 만들고 언론을 동원해 관심을 끌어 주가를 부양시킨 뒤 매도와 매수를 지속하며 시세 차익을 누리는 한편 이사 자리를 요구해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사회 진입 이후에는 본색을 드러냈던 경우가 많다. 엘리엇이 지금까지 개입한 대표적인 회사인 주니퍼네트웍스, 시트릭스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사회 진입 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부문 매각 등을 통해 회사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해 최대 이익을 챙긴다. 때문에 현재 엘리엇의 행보가 합병비율을 명분으로 해 세를 규합한 뒤 이사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현물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 변경 요청을 한 바 있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엘리엇의 행보가 이번 합병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심각한 경영권 분쟁으로도 비화 될 수 있는 만큼 조금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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