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경영쇄신' 포스코…못 미더운 까닭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2월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어딘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해임을 둘러싼 포스코의 오락가락 행보가 도마위에 올랐다. 모기업과 계열사간 갈등이 계열사 사장 해임절차 착수→반발→백지화 등을 거치며 일단락된 듯 하지만 미봉합 상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거진 포스코측의 거짓말 행보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포스코는 11일 오후 5시10분경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최근 미얀마 가스전 조기 매각과 관련해 그룹 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계열사와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전병일 사장의 해임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전병일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진행중이며, 조만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반나절 만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셈이다.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전 사장 또한 지난 10일 포스코 사외이사들에게 e메일을 보내 "대표이사직 사임을 포함해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한 결과,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혼란이 조속히 정리되고 경영이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 주주와 회사가 원한다면 최고경영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는 포스코측에서 전 사장에게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는 의미다.이런 상황임에도 포스코는 '내부의 불협화음이 없고, 해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모기업과 계열사가 서로 치고받으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그동안 아무일 없었다'며 잡아떼는 형국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의 갈등이 외부에 생중계되고, 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에 크나 큰 오점을 남겼으니 내부적으로 상처가 커 빨리 봉합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전했다.포스코는 지난달 중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사표를 제출하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대대적인 경영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비춰볼때 포스코의 이 같은 공언(公言)이 말 뿐인 공언(空言)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경영쇄신위원회를 설립하며 대대적인 경영쇄신에 나서겠다는 공언도 모두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