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결국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에 손을 들었다. 석달만에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리며 역대 최저기록을 갈아치웠다. 한은은 11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6월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0.25%포인트 낮춘 1.50%로 조정했다. 이로써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3월 이후 3개월만에 다시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사실 한은은 지난달 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작년 8월 이후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떨어뜨린 후 가계부채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부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난달 말 메르스란 돌발변수까지 등장하자 인하 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에 메르스 사태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한 것에 동조한 취지도 있다. 한은은 지난 3월에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임금 인상, 재정 조기 집행 등을 통해 내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최경환 경제팀과 발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인하 결정으로 가계부채의 공포는 더욱 커졌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잔액은 586조4000억원으로 4월보다 7조3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4월(8조5000억원)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다. 이번 금리인하는 가계부채 폭증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올해 중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민간소비가 급감할 수도 있다. 한은이 정부의 논리에 밀려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메르스에 따른 불안심리가 워낙 크다 보니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제주체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겠지만 가계부채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기업의 투자나 가계의 소비 활성화를 위하 추가 정책을 세밀하게 만들어 이번 금리인하가 가계부채의 뇌관을 터트리는 촉매제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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