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에 대해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사태의 전개과정을 보면 실은 정부가 치밀하게 계획하고 관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심증이 점점 굳어진다. 나는 깊이 숙고한 결과 다음과 같은 가설을 얻었다. 먼저, 메르스로 인해 사람들 간에 활발한 대화, 의견교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 소통을 강화해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구상이다. 한국 의료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는 일부의 오해가 있으나 실은 전 국민을 의학 전문가로 만듦으로써 의학입국을 이루려는 발상이기도 하다. 둘째, 외국관광객 방문이 급감하고 내국인들도 나들이를 삼가고 있는데 이는 크게 훼손되고 있는 관광자원 보호를 위한 의도로 보인다. 셋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다. 즉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마스크 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이다. 당초 건설업 부양을 위한 방안을 짜내려 했으나 전 정부와 닮은꼴이라는 말을 듣기 매우 싫어하는 현 정부로선 채택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부의 고충이 읽힌다. 마지막으로, 이건 매우 조심스러운 추정이지만 새 총리 내정자와 관련된 것이다. 즉 황 모 내정자의 인상적인 총리 데뷔를 위한 것이라는 설이다. '법치'의 신봉자이자 화신-다만 그는 '법치'가 원래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야 할 듯하다-인 황 장관이 총리에 취임하면 아마 제1호 조치로 메르스에 대한 '금지' 명령을 내릴 듯하다. 즉 "법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메르스는 창궐을 멈춰라"라고 단호히 밝히는 것이다. 법의 이름으로 거의 모든 걸 다 이뤄낸 그이니, 그가 법으로써 메르스 발생을 금지시키면 메르스는 구속과 기소와 처벌이 두려워 개과천선하고 잠잠해질 듯하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이 불가사의한 무능이 명쾌하게 해명이 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부의 무능은 사실은 '계획된 무능' '준비된 무능' '일사불란한 무능'이다. 말하자면 '유능한 무능'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나의 정부가 이렇게까지 무능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가설을 이해하기 위해선 한 가지 필요한 게 있다. 중세의 어느 탁월한 연금술사가 말했듯 '사랑하면 보이고 보이면 이해하게 되니'(유모 교수의 책을 통해 많이 알려진 말이지만) 애정을 갖고 이 정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매사를 비판적으로만 보지 않는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교훈으로 삼아야겠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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