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진화]대출·펀드·IPO 선순환 '실리콘밸리식 금융지원'

기술력 담보로 자금 공급 후 모험자본 참여 유도, 궁극적으로 IPO 통한 기업 독립 및 자금회수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금융당국이 8일 발표한 '기술금융 제도 개선 방안'은 중소기업의 기술 신용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와 비슷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은행권이 기술력 있는 중기의 기술력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한 후 벤처캐피탈(VC) 등 모험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해당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킨다는 모델이 실리콘밸리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독립하고, 금융권은 대출ㆍ투자자금 회수하는 상생의 기술금융이라는 평가도 있다.'기술신용대출→모험자본(투자)참여→IPO 독립'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금융위는 기술신용대출의 근거인 기술신용평가 방식부터 손보기로 했다. 기술금융 도입 초기 '규모 확대' 목표에 맞춰 설계된 기술신용평가 항목 비중을 '기술력 반영'이라는 질적 지표 평가 위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총 대출규모, 전체 차주수 등 양적 지표 비중을 기존 40%에서 30%로 축소하고 신용대출, 기술기업 지원, 기술투자, 정성평가 등 질적 지표 비중을 25%에서 30%로 늘린다. 최용호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기술신용대출에 대한 유인 체계를 개편해 급속한 양적 확대로 인한 부실평가ㆍ심사를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결과의 투명ㆍ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신용평가기관(TCB) 내 평가조직과 구분된 검수조직을 설치한다. 평가결과에는 검수자 이름이 기재된다. 또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TCB별로 다른 기술신용등급 체계를 일원화하고 대규모 여신에 대해선 '심층평가' 방식이 적용된다. 인적 자원 확대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다음달 '기술신용대출 정착 로드맵'을 만들어 은행 자체 기술신용평가 역량을 확충하고 기술신용평가사 전문 자격증을 신설한다. 자격증 제도는 전문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3급,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2급, 실무 경험이 있으면 심사를 거쳐 1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금융위는 엔젤ㆍ벤처캐피탈 등 투자자들의 기술금융 참여도 유도할 방침이다. 연내 계획은 ▲기업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투자형 TCB 평가모형 개발 ▲2000억원 규모의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 조성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해 투자하고 기업 부실 발생 시 IP를 매입해 주는 1000억원 규모의 특허관리전문금융사(NPE) 설립이다. 투자자 참여 활성화 방안으로 금융위는 제 2금융권의 TCB 평가 이용을 장려할 계획이다. 최용호 과장은 "시장에서 직접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기를 대상으로 저축은행, 캐피탈이 산업은행 중기 정책자금(온렌딩대출)으로 대출을 진행할 경우 TCB 평가를 반영할 수 있게 유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4월 기술금융을 이용한 기업들의 IPO를 활성화하기 위해 TCB 우수기업에 상장 특례를 주도록 지난 4월 결정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상장특례 심사절차 중 외부 평가기관 평가에 TCB 평가결과를 인정토록 하고, 코넥스 시장의 경우 TCB 평가 우수기업에 대해 최대 3년 간 지정자문계약 의무를 유예하도록 한 것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기술신용대출 평가의 질적 전환, 엔젤ㆍ벤처캐피탈의 펀드 조성 등이 기술금융 목표인 '2018년 100조원 달성'을 견인할 것"이라며 "모험자본 투자 확대, 자본시장 접근성 향상을 통해 기업 성장단계별로 투자 비중이 증대, 기술금융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번 대책에 대해 시장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조경칠 KDB산업은행 기술금융실장은 "기술력 기반의 신용대출 확대, 투자 펀드 조성 등의 개선 방향은 실리콘밸리 기업 육성 방식과 비슷하다"며 "앞으로는 실리콘밸리처럼 자금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술이 필요한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경영컨설팅, 상장까지 책임지는 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기술기업 지원보다는 중소기업 지원 의미가 컸다고 본다"며 "질적 평가로의 전환, 모험자본 육성 등이 더해질 경우 이제는 무늬만 기술금융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기술금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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