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명의 연금시대]국민연금,이혼은 받고 사별은 못 받고..왜?

"이혼 대비 사별 역차별 하는 것""일정 기간 이상의 혼인·가입기간..생존 배우자 연령 등 고려해야"[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배우자와 사별한 후 유족연금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수급자가 재혼할 경우에는 연금수급권을 박탈당하는 반면, 이혼한 분할연금 수급권자는 재혼 시에 분할연금을 계속 지급받을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이혼한 형제자매는 피부양자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사별은 인정을 받지 못해 비합리적 차별성 논란을 빚고 있다.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연금포럼 봄호에 '유족연금수급권의 재혼 시 소멸 타당한가'를 주제로 게재한 기고문에서 "배우자인 유족연금수급권자가 재혼을 하게 되면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혼한 분할연금 수급권자가 재혼 할 때는 분할연금을 계속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그 유족에게 지급되는 연금이다.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조부모 등의 우선순위가 적용된다. 분할연금은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의 이혼한 배우자에게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 절반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민연금법은 이혼한 사람이 청구하는 분할연금수급권에는 부부 공동협력에 의한 공동재산적 요소가 포함돼 있음을 인정해 재혼을 해도 연금을 지급한다. 반면 사별한 유족연금수급권에는 부양적 요소만을 인정해 재혼할 경우 영구적으로 권리를 없애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유족연금수급자는 매년 증가 추세로 지난해 말 현재 56만4000명에 이른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권 교수는 "분할연금과 유족연금 수급권자는 자신이 아닌 배우자의 기여에 따라 수급권을 받았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이는 이혼한 사람에 비해 혼인관계를 지속한 사람을 역차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또 "재혼을 이유로 유족연금 수급권을 소멸시키는 것은 결국 유족연금수급자가 재혼을 포기 또는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모든 유족연금수급권을 재혼과 관계없이 보장하자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배우자가 재혼할 경우 유족연금수급권에는 생존 배우자의 기여분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소멸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장기가입자의 경우 미래의 노령연금 수급권에 대한 권리 여부를 어떻게 해석하고 생존 배우자의 권리 지분을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에 따라 유족연금수급권과 재혼 간의 관계설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혼 시 유족연금수급권의 일부에 대한 생존배우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계속 지급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이상의 혼인·가입기간, 생존 배우자의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복지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이같은 논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도입 당시 추진배경이 있고 여러 가지 상황적인 변수도 있기 때문에 사별과 재혼간 수급권 여부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따른 제도 개선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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